적자 속에서도 자금 지원 지속…구조조정보다 ‘체력전’ 국면
실적 부담 누적되지만 경쟁 구도 유지…모기업 자금력이 관건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업황 악화 국면에서도 구조적 붕괴 대신 버티기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진에어를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주요 LCC들이 잇따라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모기업들의 자금 지원이 이어지면서 유동성 위기는 일단 넘기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LCC 시장이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기보다는 ‘버티기’를 통한 생존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활주로에서 대기 중인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에어는 고환율과 국제유가 부담, 항공기 도입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이 겹치며 3년만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계열이라는 안정적인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단기 실적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업황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다른 LCC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공급 확대와 운임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익성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실적 부담에도 국내 LCC 시장의 경쟁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각 항공사 별 모기업들의 적극적인 후방 지원이 이어지면서다. 

먼저 제주항공의 경우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약 4700억 원에 매각하며 현금 여력을 크게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항공 부문을 포함한 그룹 전반의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올해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무리한 확장보다는 노선 재편과 고정비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명소노그룹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후방을 확보하고 있다. 티웨이를 보유한 소노인터내셔널은 연매출 약 1조 원, 영업이익 2000억 원 안팎을 기록하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2024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500억 원에 달하며 최근 단행된 약 1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소노 측이 1000억 원을 부담했다. 이는 단기 유동성 해소에 그치지 않고 유럽 노선 확대 이후 손익 안정화 국면까지 동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티웨이의 지난해 전략 역시 신규 취항한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기반으로 수익성 관리와 운항 안정성 확보에 맞춰졌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들어 모기업 지원 성격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타이어뱅크 계열 AP홀딩스는 올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총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단순 재무 투자라기보다 중장거리 하이브리드 항공사 모델을 유지·확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에어프레미아는 6월 B787-9 드림라이너 8호기를 도입하며 기단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자금 투입이 운영 유지 차원을 넘어 사업 성장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전략적 지원 아래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VIG는 인수 이후 약 1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완전 자본잠식을 해소했고, 이후에도 추가 자금 투입을 이어왔다. 

이에 힘입어 이스타항공은 B737-8 기단 확대와 안전 투자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으며 최근에는 약 6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올해까지 항공기 27대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료 효율 개선과 운영 안정성을 통한 수익성 회복이 목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항공 시장과 대비된다. 미국에서는 스피릿항공이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섰고, 유럽에서는 대형 LCC 중심의 과점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모기업과 대주주들이 LCC를 쉽게 정리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실적은 분명 부담스럽지만 유동성이 받쳐주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급 조정과 운임 경쟁 완화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수익성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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