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콘텐츠를 즐기되 과도한 에너지를 쏟지 않는 '저몰입' 트렌드가 국내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 숏폼 영상 등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증가하면서, 게임 업계도 이에 발 맞춰 짧은 플레이 타임과 낮은 진입 장벽을 핵심 전략으로 하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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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넥슨 '메이플 키우기'./사진=넥슨 제공 |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때 국내 게임 시장의 핵심 장르였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방치형 게임이 새로운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넥슨의 모바일 방치형 RPG(역할수행게임) '메이플 키우기'는 정식 출시 두 달여 만에 전 세계 누적 이용자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게임 시장 최대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메이플 키우기'의 흥행 요인으로는 친숙한 원작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방치형 장르 특유의 간편하고 부담 없는 플레이 방식을 안정적으로 구현한 점이 꼽힌다. 일상생활 속에서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최근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메이플 키우기'의 성과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자사의 기존 인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방치형 게임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또 다른 선두두자는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지난 2023년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하며 방치형 게임 시장을 선도한데 이어, 최근까지 '킹 오브 파이터 AFK' 등 다양한 인기 IP 기반 방치형 게임을 선보여왔다. 올해는 자사 스테디셀러 IP인 '스톤에이지'를 방치형 게임으로 재탄생시킨다.
넷마블엔투가 개발 중인 '스톤에이지 키우기'는 1999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 누적 이용자 2억 명을 기록한 '스톤에이지' IP의 최신작이다. 원작은 다양한 공룡을 포획·육성하는 개성있는 게임 시스템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과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톤에이지 키우기'는 이 같은 원작 고유의 감성과 핵심 재미를 방치형 게임의 캐주얼한 감성으로 재해석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컴투스는 독창적인 아트워크로 마니아층을 보유한 '데스티니 차일드' IP 기반의 모바일 방치형 RPG를 제작 중이며 엠게임 역시 자사 인기 IP '귀혼'을 활용한 방치형 모바일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 "게임사 경쟁 상대, OTT·숏폼 등 외부 콘텐츠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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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마블은 상반기 중 '스톤에이지 키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사진=넷마블 제공 |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저몰입' 트렌드의 본격화로 보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숏폼 영상, AI 기반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여가 시간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게임사들이 유저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게임 이용률은 50.2%로, 2022년 74.4%에서 3년 만에 급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저치다.
게임을 접은 이용자 중 약 80%는 넷플릭스, 유튜브, 숏츠 영상 등 시청 중심의 콘텐츠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조작 없이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즉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영상 콘텐츠가 고사양 그래픽과 긴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 기존의 다수 게임들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한 셈이다.
이 가운데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역시 새로운 형태의 몰입형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게임 업계의 경쟁 환경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산업 내부 요인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했다.
PC 게임 시절 성공 공식을 모바일에 옮긴 MMORPG 중심의 과금 모델은 성장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복적인 수익 구조와 과도한 경쟁 중심 전략은 이용자 피로감을 키웠고, 결과적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K-게임 산업이 수십 년간 이어온 성장 공식을 내려놓고, 변화한 유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생존 방식을 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게임사들의 경쟁 상대는 OTT와 숏폼 영상 등 외부 콘텐츠로 확장됐다"며 "저몰입 환경에 맞는 플레이 구조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치형 게임 역시 단순 편의성에 머무르기보다 수동 조작 요소를 보완하거나 원작 감성을 강화하고, 타 장르와의 접목 등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요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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