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연초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강남권 주요 도시정비사업지들이 잇단 유찰 사태를 맞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분양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시장 내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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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초 강남권 정비시장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주요 사업지들이 잇따라 유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무리한 경쟁을 피하고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시장 전반에 '옥석 가리기'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개포우성6차 재건축과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모두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됐다. 두 사업지는 지난 19일과 20일 하루 단위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GS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못했다.
이들 사업지는 연초 강남권 정비시장 '대어'로 분류돼 왔다. 개포우성6차는 개포동 핵심 입지에 자리한 데다, 개포지구 재정비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상징성까지 갖췄다. 공사비는 약 2154억 원 규모로, 비교적 소규모임에도 조합원 수가 적고 용적률이 106%로 낮아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초진흥 아파트 재건축 역시 강남역을 도보권에 둔 입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고층 랜드마크 단지로의 변신이 기대됐던 사업지다. 지하 5층~지상 58층, 총 859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으로, 입지와 상징성을 고려하면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을 비롯해 포스코이앤씨와 호반건설 등 주요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GS건설을 제외한 건설사들은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또 다른 강남권 '알짜'로 꼽히는 대치쌍용1차 아파트 재건축 역시 경쟁 수주전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1983년 준공된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49층, 6개 동, 총 999가구(임대 132가구 포함)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전용면적별로는 84㎡ 270가구, 128㎡ 240가구, 149㎡ 120가구 등 중대형 위주로 구성된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980만 원, 총 6893억 원 수준이다. 사업비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대치동 학원가와 기존 대치우성아파트 등 대표적인 학군·주거 단지와 인접해 있어 대형사 간 각축전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지난 5일 마감된 시공사 입찰 참여의향서 접수에는 삼성물산만 유일하게 서류를 제출했다. 이에 조합은 새로운 입찰 공고를 내고 당초 다음 달 13일로 예정됐던 시공사 입찰 일정을 3월로 조정했다.
이처럼 연초 강남권 굵직한 정비사업지에서 유찰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공사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된 데다, 분양 시장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무리한 조건 경쟁에 나설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과거처럼 '대어라면 뛰어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성, 리스크, 자금 회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기조가 한층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일수록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수주 경쟁 과정에서 과도한 무상 옵션이나 공사비 인하 조건을 제시할 경우, 향후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공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수주전 과정에 투입된 홍보비가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다.
실제 올해 마수걸이 신고 또한 수의계약을 통한 '무혈입성'으로 이뤄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서울 송파구 가락극동 재건축 사업을, 대우건설은 부산 사직4구역 재개발 사업을 각각 수의계약으로 따내면서 연초 첫 수주 실적을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와 금융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며 "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도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보다는 선별과 안정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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