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휴민트', '넘버원' 잇따라 개봉하며 관객 관심 집중
한국 영화의 격투장 될 설 연휴 극장가, 연기 대결과 흥행 대결 기대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이자, 한국 영화에 있어서는 추석과 아울러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설 명절이 올해는 2월 14일부터 시작한다. 연휴 전날인 13일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또 연휴 뒤 목요일과 금요일인 19일과 20일에도 연차를 낸다면 최대 10일 간의 휴가도 가능하다.

바로 이 시기 우리나라 상영관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국 영화들의 차지다. 톱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부터 중소 규모의 짜릿한 재미를 주는 작품, 그리고 일부 독립영화까지 그야말로 설날 차례상 위에 차려진 맛난 음식들 마냥 한국 영화들이 잘 차려진 한 상을 이루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때를 기다려 개봉하는 메이저 규모의 한국 영화들이 있다. 바로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와 조인성의 '휴민트', 그리고 최우식을 앞세운 '넘버원'이다.

   
▲ (사진 왼쪽부터)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 '휴민트'의 조인성, '넘버원'의 최우식. /사진=(주)쇼박스, NEW/(주)외유내강,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미국발 공룡 OTT들이 세계 영화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 영화도 심각한 영향권에 들어있다. 가장 큰 피해는, 큰 자본이 들어가고 톱스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대작 영화들의 제작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불과 3년여 전과 비교해도 이런 현상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2026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유해진을 필두로 박지훈 유지태 등이 출연하는 '왕과 사는 남자'와, 조인성과 함께 박정민 신세경 박해준으로 무장한 '휴민트', 그리고 최우식이 장혜진 공승연 등과 꾸며낸 '넘버원'이라는 걸출한 세 작품이 비슷한 시기 개봉한다. 영화 팬들 입장에서는 설날 차례상 만큼이나 먹을 게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먼저 관객들을 찾는 작품은 설 연휴 열흘 전쯤에 개봉하는 유해진의 '왕과 사는 남자'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 초기, 계유정란으로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고 조카 단종이 폐위돼 강원도 영월의 청렴포로 유배를 간 때다. 양반들의 단골 유배지 중 하나인 이 고을의 촌장이 양반 유배를 유치해서 마을 사람들을 잘 먹고 살게 하려는데, 이번에는 그 유배 죄인이 일반 양반이 아닌 '전직 국왕'이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장항준 감독 특유의 위트로 살짝 비틀고, 유해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한껏 포장했다. 거기에 아역 출신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박지훈이 폐위된 비운의 왕 단종으로 나서고, 우리 극 사상 가장 장대하고 스타일 '죽이는' 한명회 역을 유지태가 해냈다.

일주일 후 설 연휴를 목전에 둔 11일에는 '휴민트'와 '넘버원'이 함께 관객들을 찾는다.

흥행 제조기, 살아있는 액션의 귀재로 불리는 류승완 감독의 해외 시리즈 3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인 '휴민트'는 최근 류승완 감독과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3번째 작품을 하게 된 조인성이 서늘한 분위기의 국정원 블랙요원으로 등장한다.

북한 국가보위성의 조장인 박정민과, 블라디보스톡 북한 총영사인 박해준, 그리고 비밀에 싸여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미스터리하게 움직이는 미모의 북한 식당 종업원 신세경이 조인성과 숨막히는 첩보전을 벌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무대가 되는 장소 등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울한 가운데 류승완 감독이 조인성을 이번에는 어떻게 그려냈는지 관심이 모인다.

   
▲ 사진=(주)쇼박스, NEW/(주)외유내강,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휴민트'와 같은 날 개봉하는 최우식의 '넘버원'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탕웨이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설 명절에 잘 어울리는 가족 영화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는 아들이, 그 숫자가 엄마의 남은 날임을 깨닫고 엄마의 밥을 거부하는, 따뜻한 힐링을 무기로 내세운 작품이다.

미국 아카데미를 정복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이미 모자 관계를 맺었던 장혜진과 최우식이 다시 모자 관계로 등장하고, 공승연이 최우식의 여자친구로 나와 설 명절 가족의 이야기로 따뜻함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영화계가 제작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톱스타 배우들이나 유명한 감독들이 극장에 걸리는 영화보다 안방에서 볼 수 있는OTT를 선택하고 있는 것도 이제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햔실이다.

그러나 이런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더라도 설 명절 극장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톱스타 주연의 유명 감독 연출 작품들이 이어진다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설 연휴 유해진과 조인성, 최우식을 찾아갈 관객들의 발걸음에 기대가 모인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