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관련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판단해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리나 수수료 등 이른바 '가격담합'이 아닌 정보 교환 자체를 담합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 향후 치열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관련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판단해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공정위가 담보대출 업무 과정에서 공유한 LTV 등 거래조건 정보를 담합으로 판단한 데 대해 무리한 해석이라는 입장으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전날 LTV 정보 교환을 통한 담합 혐의로 이들 은행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720억원을 부과했다. 은행별 과징금은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하나은행 869억원, 우리은행 515억원 등이다.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LTV 정보를 공유해 담보인정비율을 유사한 수준으로 맞추는 담합을 벌였고, 이로 인해 차주의 대출거래 조건이 악화돼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LTV는 부동산 담보물 가치에서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낮아질수록 차주가 실제로 빌릴 수 있는 대출한도는 줄어든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2022년부터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LTV 기준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2023년 기준 4대 은행의 LTV 평균은 62.05%로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69.52%)보다 7.5%포인트(p) 가량 낮았다. 공장과 토지 등 비주택 부동산과 기업 대출의 경우 격차는 8.8%p까지 벌어졌다.

정보 교환은 실무자들이 직접 만나 LTV 정보가 담긴 인쇄물을 전달받은 뒤 이를 엑셀 파일에 옮겨 입력하고, 원본 문서를 파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4대 은행이 얻은 관련 매출액은 6조8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국민 1조7000억원, 신한 1조6000억원, 하나 2조2000억원, 우리 1조3000억원 등이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약 4%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LTV 정보 교환은 담합이 아닌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실무 관행이며,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 요소와 직접 연동되지 않아 경쟁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유형별 위험도와 당국의 규제,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LTV 기준을 설정해 왔고 이 과정에서 업계 전반의 기준을 참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동일한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에서 은행 간 LTV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질 경우, 특정 은행으로의 쏠림현상이나 금융 건전성 훼손이 이뤄질 수 있어 일정 수준의 정보 공유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보교환 담합은 신설 규정의 첫 적용 사례로 법리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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