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이달 13일 공식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주류-비주류 내홍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연합 3선 이상 중진의원 15명이 11일 오전 국회 이석현 부의장실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문재인·안철수 중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중재안을 내자 문 대표와 그의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최 본부장은 이날 철저히 문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9월 중앙위를 통과한 혁신안과 현행 체제 유지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이에 대한 당내 비판을 ‘반(反)혁신’으로 규정했다. 중진들을 극렬 비판하는 한편 칩거 중인 안 전 대표에게는 현 체제 수용 여부를 직접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 본부장은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 비대위 체제 구성에 대해 “봉합의 길”이라고 일축, “이것을 문 대표가 굴복하고 봉합이라는 편한 길을 간다면 저는 당연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성명에서 “중앙위에서 의결한 최소한의 시스템마저도 걷어차는 것은 명백한 반혁신”이라며 “현재 극단적 당내 갈등의 원인이 시스템에 의한 인적혁신에 대한 반발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당권을 가지지 못한 세력이 당권을 흔들고 그 과정에서 봉합의 길을 찾은 것이 우리 당 공천의 역사였다”며 “기존의 봉합질서로 회귀해야할 상황이라면 문 대표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체제다. 그 길로 간다면, 저부터 단호히 헤어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 주승용·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11일 사흘째 빈자리로 열리고 있는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는 한마디로 '제각각 회의'로 끝났다. 이날 회의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면전에서 문 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으며, 추미애 최고의원이 반박하면서 두 사람은 충돌했다./사진=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

앞서 중진 15명 중 대다수는 간담회에서 문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문·안이 협력해 비대위를 구성할 것 ▲전당대회 문제는 비대위가 협의해 결정할 것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3개항에 합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곤 의원은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하지만 다시금 비대위에 포함될 수도, 안 전 대표와 공동대표를 할 수도 있다고 전해 다양한 형태의 비대위 구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수도권 의원들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밖의 또다른 의견에 일일히 따로 의견을 밝힌 필요는 없다”면서 “지난번 재신임투표 제안 때 중진의 중재의견을 받아들여 재신임투표 (철회)를 수용한 바 있다”며 “그 때 중진들은 앞으로 대표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 본부장은 예고없이 간담회장에 찾아와 ‘전대를 비대위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것은 당헌 위반’이라고 문제삼으며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협의한다면 이후에 논의를 해볼수 있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또 “당헌에도 없는 전대 문제를 거론하고 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며 중진들에게 “용퇴를 하거나 이런 정신이 있다면 진정성이 이해가 간다”고 강하게 따졌다. 이에 김성곤 의원은 “(전대는) 비대위가 협의하도록 돼 있고 당무위, 중앙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 본부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3번째 방향도 문제”라며 “문 대표가 이미 혁신에 대해 천명했는데 무거운 책임이 있는 중진들이 국민들의 혁신에 대한 열망을 외면하고 피해가려는 방법으로 봉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있다”며 다시금 ‘중진 책임론’을 거론했다.

‘중진 책임론’ 제기는 계속됐다. 그는 오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신임 정국에서 중재안을 냈던 게 중진들”이라며 “항상 위기 때마다 중재안을 냈고 성공을 했다. 그럼 책임이 뒤따른다”며 “책임은 재신임을 하는 대신 대표 흔들기를 안한 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흔들기가 시작됐을 때 중진들은 침묵했다”며 문 대표와 동일한 논리를 펼쳤다.

나아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에 대해서도 많은 의원들이 직접 서명해서 찬성했다”며 “중진도 많은 의원도 동의한 이 안이 안 전 대표에 의해 거절됐고 그 결과가 문 대표 사퇴 주장으로 이어지는 이 비현실적, 비상식적 논리들을 중진들은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며 “어떻게 책임지실거냐”고 성토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중진들이 조금 더 현명했다면 이 문제에 대한 원내대표의 입장을 확인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은 “(비대위는) 최고위원의 연쇄 거부와 이 원내대표의 승계거부까지도 확인돼야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키(key)는 안 전 대표가 갖고 있다”면서 그런데 안 전 대표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도 제가 확인했다. 과정이나 형식이 온당치않다”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안 전 대표를 겨냥해서도 “안 전 대표가 혁신 위에 혁신을 얹고자 한다면 그 길을 따를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뜻과 다르게 반혁신의 결과를 가져올 판단을 한다면 저는 맞서 싸우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안 전 대표가 문병호 의원 등 측근 발언을 통해 13일께 탈당을 공식화하고 있는것에 대해선 “안 대표가 직접 한 말은 아무것도 없다. 2012년 대선 때도 그랬다”며 “주변 분들의 이야기로 무엇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유승희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면전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주승용·오영식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가 사흘째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이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발언하자 추미애 최고위원이 “각자 내뱉는 말이 마이크로 멋지게 들릴지라도 도움이 안된다”며 면박 주듯 맞받으면서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