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치권이 입법기능 마비로 ‘식물국회’를 넘어 ‘사망국회’라는 오명까지 쓰는 등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오히려 거꾸로 기능하는 것과 관련해 내부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11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금 정치시스템 안에서는 양당의 자기 이해관계의 벽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일어나기보다는 사실상 낮은 수준의 거래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총장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양당이 높은 수준의 타협과 합의를 이루도록 돼 있지만 지금 우리 정치구조나 시스템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얃앙이 직접 매번 부딪치다보니까 국회 운여엥 있어서도 상임위원회나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발휘되기보다는 교섭단체 지도부가 막판에 가서 낮은 수준의 합의를 하면 거기에 대해 그냥 추인하는 정도로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 소선거구제이다 보니까 국회의원도 사실은 의정활동에 더 중심을 둬야하는데 다 지역구 활동에 매몰돼 있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들이 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런 흐름”이라며 “이것이 국회가 자꾸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못 받게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집중해야지 전부 지역에서의 어떤 골목정치에 매몰되도록 하는 것이 소선거구제의 폐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사무총장은 국회선진화법과 관련 “물리적 충돌을 막아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그런데 정치구조 자체가 지역 패권주의에 기초한 양당구조로 돼 있다보니까 타협과 합의의 정치가 이뤄지기 굉장히 어렵다”며 “국가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법안 처리의 타이밍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며 “그래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개혁법을 내놓은 것 중 하나로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 법안이 있다”면서 “그런 것들을 통해서 쟁점이 크게 없는 법안들을 빠른 트랙에 올려 필요한 때에 처리해줘야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박 사무총장은 이달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정 의장이 내리겠다고 한 ‘특단의 조치’에 대해선 “12월15일까지 양당이 합의를 안 하면 의장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이라며 “선거구 획정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는 어떤 방안을 시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