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5000선 돌파·금값 5000달러 초읽기… '꿈의 숫자' 동시에 쓴 자산시장
"확실한 실적(주식)이나 확실한 안전(금)만 담는다"… 비트코인 소외 '양극화' 심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대한민국 자산시장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쌍끌이 5000 시대'를 열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선을 돌파했고, 국제 금값 역시 온스당 5000달러 진입을 목전에 뒀다. 반면, 한때 시장을 호령하던 비트코인은 약세를 면치 못하며 철저히 소외됐다. 투자 자금이 '확실한 성장(주식)'과 '확실한 안전(금)'으로만 쏠리는 극명한 '자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코스피 5000선 돌파, 새 역사 쓴 한국 증시"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 시대를 연 지난 22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관계자가 지수 전광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3.01포인트(0.46%) 오른 4975.54를 기록 중이다. 특히 장중 한때 5021.13까지 치솟으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역사적인 '코스피 5000 시대'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기관 투자자다. 기관은 이날 오전에만 412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강력하게 떠받쳤다. 반면,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 투자자는 3757억원을 팔아치웠고, 외국인 역시 907억원을 순매도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번 랠리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들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역대급 실적을 쏟아내며 지수 하단을 단단히 받쳤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철회 방침을 시사하며 대외 리스크마저 완화되자 투자 심리가 폭발한 것이다.

주식시장과 동시에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金)도 폭주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4937달러를 터치하며 50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금 소매 가격은 이미 반응했다. 지난 21일 기준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100만9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한 돈 1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주식과 금, 성격이 정반대인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반 급등하는 기현상은 '유동성의 쏠림'으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반도체 실적이라는 '확실한 숫자'가, 금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하라는 '확실한 명분'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즉, 믿을 구석이 있는 자산에만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 주식과 금, 성격이 정반대인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반 급등하는 가운데, 이도 저도 아닌 비트코인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gemini


반면, 이도 저도 아닌 비트코인은 '찬밥' 신세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8만9000달러 선에 머물며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한 상태를 유지했다. 현물 ETF 승인 이후 새로운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했고, 금이 '슈퍼 안전자산'으로 등극하자 디지털 금으로서의 매력마저 퇴색됐다는 평가다.

시장의 돈은 스마트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첫 금 현물형 ETF인 'ACE KRX금현물 ETF' 순자산은 4조원을 돌파했고,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올 들어서만 600억원을 넘겼다. 주식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빚을 내서라도 5000 시대에 동참하려는 움직임(FOMO)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며 "이야기(Story)만 남은 코인 시장보다는 숫자로 증명되는 주식이나, 전쟁과 금리 인하라는 호재가 겹친 금 시장으로 자금이 양분되는 '그레이트 디커플링(대분열)'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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