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 명절 앞두고 식품업계에 ‘물가 부담 완화’ 협조 요청
‘기업 옥죄기’ 없다더니…관치 물가 기조에 “알아서 몸 사려야”
환율 급등에 국제 곡물가도 ‘꿈틀’…가격 통제 부작용 경고도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수위가 높아지며 식품업계는 다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민생과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가운데, 식품업계에선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 경기도 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가공식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22일 설 명절을 앞두고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가공식품 물가 부담 완화와 이를 위한 식품업계의 자발적 협력 방안,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기업 옥죄기’식 정책 추진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식품기업들은 ‘관치 물가’ 기조가 크게 바뀌진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해 강력한 추진력을 뽐내고 있는 만큼,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알아서 몸을 사리는’ 형국이란 설명이다.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가격을 50원, 100원만 올려도 정부에 불려갈 판”이라며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 기조가 워낙 뚜렷하고, 대통령도 하나에 꽂히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보니 가격 인상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도 “대통령이 물가 담합을 엄단하라 경고하고 공정위가 실제 조사에 나서고 있어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라며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괜한 불똥이 튈까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식품업계가 고심하는 것은 최근 환율이 고공행진하며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1479.8원까지 급등했다. 22일 1465원으로 하락했지만, 23일 1465.8원을 기록하며 다시 상승 중이다. 1400원대 중반 고환율에서 올해 들어서만 다시 19.1원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주요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등락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옥수수, 밀, 대두 등 국제 곡물가도 지난해 말부터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UN 식량농업기구(FAO) 곡물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103.6포인트를 기록한 뒤 상승 전환해 11월 105.5포인트, 12월 107.3포인트로 2개월 연속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은 밀가루 등 기초 소재부터 사료용 곡물 등에 이르기까지 식품산업 전반의 투입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반복되는 ‘관치 물가’로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 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민생을 명분으로 세운 방패에 번번이 막히고 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차후 더 큰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당장 업계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때마다 수많은 비판이 쏟아지다보니,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적시에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가격 인상의 문턱이 높으면 한번 올릴 때 인상폭을 키울 수밖에 없고, 원가 부담이 완화되더라도 섣불리 가격을 다시 내리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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