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 의향서 제출…조사 당국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여
입점업체에 인기 상품 출시 및 직매입 압력 주장 세부 조사 나서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쿠팡을 조사한 지 3주 차에 접어들면서 당초 예상보다 조사가 길어지고 있다. 이는 불법 의혹과 쟁점 사안이 많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서울 송파구 소재 쿠팡 본사에서 시작한 현장 조사를 26일 이후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쿠팡이 입점업체의 인기 상품을 가로채기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으며 위법 행위 포착 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지도 검토하고 있으며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도 전원회의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또한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자 일부는 공정위를 비롯한 한국 규제 당국이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시장감시국, 기업집단감시국, 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공정위 조사관리관 산하의 3국이 실시하고 있으며 30명 이상 투입됐다.

쿠팡이 대규모 유통업을 하고 있으며 각종 분야에서 논란이 큰 탓에 3국이 장기간 조사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 본사에 포렌식 전문가를 보내 쿠팡 측의 입회하에 디지털 자료도 수집하고 있다. 쿠팡이 처분의 절차와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공정위는 사건 절차 규칙 등에 따라 자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12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통역받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또한 공정위는 쿠팡이 입점업체가 인기 상품을 출시하거나 직매입으로 전환하도록 강요해 가로채기를 했다는 의혹, 지난해 말 국회의 쿠팡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사안을 검토 중이다.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판매량이 많은 제품을 PB상품으로 내놓는 과정에서 입점 판매자의 영업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수익률이 큰 직매입 상품으로 전환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쿠팡은 자사 PB 상품의 순위를 위로 올리는 알고리즘 조작으로 2024년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PB 상품으로 다시 조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총수)로 지정할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 수집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은 원칙적으로 자연인을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자연인이 없는 경우 예외로 기업집단의 최상단 회사인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쿠팡은 예외 조건이 인정돼 현재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이 동일인에 해당하는지 세부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과 김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공정위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 제재받은 이력이 있다.

공정위는 2021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을 지정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김 의장의 친족 15명을 친족 현황에서 누락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보고 있었다. 공정위는 쿠팡 측과 김 의장이 누락한 15명 중 7명에 대해 누락에 합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소회의를 통해 경고 처분했다.

누락된 7명은 제적등본만 발급해도 확인할 수 있는 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짓으로 자료를 낸 것이라고 보고 2024년 11월 이같이 의결했다.

당시 공정위는 자료 누락이 경미한 사안으로 보고 쿠팡이나 김 의장을 고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일인 지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 자료 허위 제출이 되풀이될 경우 공정위는 고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인 지정 여부는 5월 발표된다.

   
▲ 전원회의 주재하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쿠팡은 이외에도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와 맞물린 사건이 전원회의에도 올라가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 등을 끼워팔았다는 혐의와 입점업체가 자사를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대하도록 최혜 대우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 심사관은 쿠팡이 와우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쿠팡이츠 알뜰 배달 서비스와 쿠팡 플레이를 무료 제공해 결과적으로 끼워팔았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회의에 넘겼다.

심사관은 거래 시장을 세분해서 보면 쿠팡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5조 1항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며 해당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배달 앱 시장으로 전이시킨 것이라고 규정했다.

만약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고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상반기 중에 전원회의를 열어 배달 앱 사건을 심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쿠팡의 미국 측 투자자들이 한국 측의 조사 등을 문제 삼으면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쿠팡에 투자한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또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의향서에는 "한국 정부가 (쿠팡의)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김민석 국무총리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법 집행과 관련해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각오로 해야 한다고 정부 규제 당국에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행보에는 쿠팡이 법리 다툼외에도 미국 측을 움직여 관계 당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문제에 관해 "글로벌 기업이든 국내 소기업이든 관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대처하겠다"며 "국제 규범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대응하면 되고 또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라는 점도 고려해 더 당당하고 정당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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