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도권 내 유휴부지 개발 등 총 6만 가구 공급 발표
개발에 긴 시간 소요돼…집값 안정 위한 단기대책 부재
공급대책 효과 없다면 남은 카드는 결국 '부동산 세제'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정부가 최근 급등 중인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도심 내 유휴부지를 개발, 대량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중장기 대책에 치중한 나머지 당장 집값을 잡을 단기 대책은 빠져 있어 정부가 원하는 대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맨 오른쪽)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9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10개 부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부지 등을 활용,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5만97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서울 26곳에서 3만2000가구, 경기 18곳에서 2만8000가구가 공급된다. 인천에선 노후청사 2곳을 개발을 통한 139가구가 배정됐다. 특히 서울은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 △캠프킴 부지 2500가구 △태릉 군골프장 6800가구 △금천 독산 공군부대 2900가구 등이 지목됐다.

수요가 가장 높은 수도권에 대량 공급,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실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겠다는 목적이다.

◆토지보상도 하세월인데 착공 후 입주까지 언제?

하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부동산 안정 효과를 보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먼저 유휴부지는 과거 정부에도 거듭 추진했지만, 여러 이유로 개발하지 못했던 곳이다. 태릉골프장의 경우만 해도 유휴부지 개발 대책이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으나 정작 교통 체증 등의 이유로 사업 착수는 엄두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할 지자체 간 협조가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당장 용산국제업무지구만 해도 정부는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지만,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 기능을 고려해 6000가구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급 대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각을 세우는 양상도 보인다. 종묘 개발로 정부와 설전을 벌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28일 도시정비사업지인 신정4구역과 신정동 1152번지 일대를  찾은 자리에서 "유휴부지를 활용해 많아야 4만~5만 가구를 새로 짓는데 당장 올해만 해도 서울은 이주 예정인 물량이 3만1000가구나 된다"며 이번 정부 임기 내 입주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휴부지 개발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에 발표했으나 아직도 지지부진한 3기 신도시를 거론하면서 "유휴부지를 개발하려면 지장물 조사하고 감정평가해서 토지보상 등을 해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하겠냐"며 "개발에서 입주까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유휴부지 등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따라 지역들 위치도./사진=국토교통부

◆서울 최대 주택 공급수단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 미포함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이 빠졌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서울의 경우 주택공급의 80%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번 공급대책에서는 적극적인 정비사업 유도책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서울시는 지난 27일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약 91%인 39곳이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로 인해 현재 정비사업에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각각 40%, 0%인 데다 대출 한도도 6억 원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가 어려워지면서 정비사업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휴부지를 활용하더라도 도심 정비사업과 연결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며 "구도심 정비, 도심 회귀 등은 결국 정비사업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비사업·비아파트 활성화 등 도심 공급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도 병행 중이며, 준비되는 대로 추가 발굴 물량과 함께 계속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책 효과 없을 시 꺼낼 마지막 카드, 결국 '세제 개편'

결국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선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권대중 교수는 "단기 주택 공급정책이 없는만큼 시장은 계속 과열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이번 공급 대책은 수도권 핵심 입지의 국공유지를 활용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만, 시장의 즉각적인 안정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실질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보다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한 시도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공급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면 남은 방법은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는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부터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최근 5월 9일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물론 보유세 강화도 언급했다. 

정부는 현재까지는 부동산 세제 개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세제는) 지금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아주 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부동산이 만약에 튄다면 그때 가서 고려는 해볼 수 있다는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