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결국 정치 앞에 국민은 없었다.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결별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총선 4개월 앞두고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 선언을 함으로써 야권의 분열과 재편의 가속화는 물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두 사람의 결별로 시급한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이 또 다시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표를 겨냥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오늘 새정치연합을 떠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 저의 부족함과 책임을 통감한다”며 “나침반도 지도도 없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주류·비주류간의 갈등 봉합은 사실상 힘들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친노를 중심으로 한 문재인 대표측과 안철수·박지원·김한길 등 비주류는 끊임없는 갈등을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당내 갈등에 발목 잡혀 제 1야당으로서 민생과 국민 경제·안보를 내팽개쳤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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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탓' 문재인·안철수 "비전없는 결별"…정치놀음에 또 민생 표류? 총선 4개월 앞두고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 선언을 함으로써 야권의 분열과 재편의 가속화는 물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두 사람의 결별로 시급한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이 또 다시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간의 결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올 것이 왔다’는 체념과 동시에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결국 민생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정략적 ‘입맛’대로 ‘마이웨이’를 외친 것이다. 제 1야당의 간판격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간의 밥그릇 싸움은 결국 당을 블랙홀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시급을 다투는 민생 법안들이 무더기로 발목 잡히면서 최악의 19대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는데 두 사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하며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며 탈당 선언을 한 안철수 전 대표나 “당을 공멸로 몰아가는 (안철수 전 대표) 탈당행위는 무책임하다”는 문재인 대표나 똑 같이 남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두 사람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정치적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변에는 국민은 없다. 무엇 때문에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고 문재인 대표와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한 설명이 없다. 자신이 정치적 피해자란 얘기만 강조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저는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 왔다.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했다. 그럼에도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서민 정치와 정당정치에서 국민은 없다. ‘아름다운 양보’에 대한 정치적 대가를 받지 못한 섭섭함만이 읽힌다.
안철수 전 대표가 향후 꾸민을 위해 어떤 행보를 펼칠 것인가 도무지 애매하다. ‘간철수’라는 정치권의 얘기 그대로다. 제 1야당의 전직 대표라면 탈당의 변에 당연히 들어가 있어야 할 정책적 대안이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그야말로 ‘안철수의 생각’이 없다. 그리고는 문재인 대표의 기득권 고집에만 날을 세웠다.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안 등 정치권에서 풀어야 될 시급한 숙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권’을 향한 정치적 욕심에만 빠져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까닭이다. 민생이나 고용절벽에 아우성치는 청년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뿐 아니라 문재인 대표도 대안 없는 반대만 일삼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노동개혁 법안을 놓고 일부 노조에서 주장하는 의견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며 반대를 일삼고 있다. 입으로는 서민정당을 말하면서 속으로는 정작 ‘귀족노조’를 대표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다. 대안 제시 없는 반대에 산더미 민생법안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지금은 당의 단결, 통합이 당원과 지지자들의 요구인데 그걸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저는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한다.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고 밝혔다. 당분간 정책협의는 물 건너간 분위기다.
국민들은 바란다. 문재인 대표가 당 내분을 이유로 또 다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안을 발목잡는 일이 없기를.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가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섬에 국민을 볼모로 하지 말기를. 안철수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기득권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기득권을 내려놓기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기를. 네 탓 전에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