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 내년 4·13 총선의 선거구를 정하기 위한 여야 협상 방정식이 무척 복잡해졌다.

또 정부·여당에서 사실상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그은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관련 입법도 안 전 대표의 탈당 여파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작업이 속도감있게 진행될 경우 야권재편이 본격화되면 여야간 협상자체가 실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부진한 선거구 협상에 큰 변수 = 당장 선거구 획정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15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터져 나온 안 전 대표의 탈당은 가뜩이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선거구 획정 협상의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여야는 여러 차례 지도부 회동에서도 구체적인 획정 기준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만 하면서 협상이 '벼랑끝'으로 내몰린 형국이다. 오는 15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 혼란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선거구별 인구편차 축소(3대 1 이내→2대 1 이내)로 5개 이상 시·군이 한 지역구로 묶이는 기형적 선거구가 생기는 것을 막고,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보장하려면 현재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안한 중재안(정당득표율의 50%에 해당하는 의석 보장)도 원내 과반이 위태로워지는 만큼 수용 불가 입장이 명확하다.

이를 토대로 현행 제도인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안과 지역구 7석을 늘린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안을 각각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 의원들의 선택을 받자고 김무성 대표가 전날 여야 '2+2 회동'에서 제안한 상태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 축소가 불가피하더라도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인 비례성 강화와 사표 방지를 위해선 정당득표율을 토대로 지역구 당선자와 연동해 비례대표 당선자를 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른바 '이병석 안(案)'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소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최소한 절반은 실제 의석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 안을 적용하면 지난 19대 총선 기준으로 5석을 손해 본다는 새누리당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 김태년 정개특위 간사는 "새누리당 2석, 새정치연합 2석씩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날 브리핑에서 반박했다.

여기에 안 전 대표의 탈당이 변수로 더해졌다. 안 전 대표 이후 추가 탈당 의원이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현역 의원 20명만 확보하면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때문에 협상의 한 축으로 참여하게 된다. 양자 협상에서 3자협상구도로 바뀌는 것이다.

또 안 전 대표가 호남의 정치 세력과 연대하면 선거구 획정은 농어촌 의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에 힘이 실릴 수 있지만, 안 전 대표가 차기 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설 경우 정당 득표율이 의석으로 연결되는 '이병석 안'에 기울 수도 있다.

◇연말 국회 법안 처리에도 '악재' = 연말 임시국회의 주요 법안 협상에서도 안 전 대표의 탈당은 당분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의 입법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이 때문에 여권은 일각에서 거론되던 개각 시기도 늦춰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안 전 대표의 탈당, 이후 추가 탈당을 놓고 빚어질 당 내홍을 수습하는 데 온통 신경이 집중되면서 여야 협상 추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대여(對與) 협상을 이끌어온 이종걸 원내대표도 비주류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추가 탈당 대열에 합류하면 여야간 협상은 사실상 표류하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안 전 대표가 독자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여야의 협상은 '2채널'이 아닌 '3채널'로 이뤄지게 된다.

특히 야권 내부에서 선명성 경쟁, 주도권 경쟁이 점화될 경우 쟁점법안 처리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만, 새로운 교섭단체가 나타나면 새누리당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두 야당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참신성'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새정치연합 비주류나 호남 의원을 중심으로 안 전 대표 측에 합류해 원내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협상 채널이 늘어나는 건 부담이지만, 교란작전을 쓸 여지도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