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 택배업계의 경쟁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 명절 특수기마다 물량 확보와 처리 능력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면 올해는 배송 품질과 운영 안정성이 승부처로 부상했다. 쿠팡 이용자 이탈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가운데 소비자와 정부 모두 ‘무사고·정시 배송’을 요구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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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대한통운 군포 풀필먼트센터 포장 공정의 AI 휴머노이드 로봇./사진=CJ대한통운 제공 |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포 배달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이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며 택배 서비스 품질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청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분쟁 해결 요청은 1149건에 달했으며, 파손·분실 사고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여기에 사고 이후 보상 거부나 지연 사례도 잇따르면서 명절 특수기를 앞둔 택배업계에 품질 개선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실제 최근 3년간 파손·분실 등 소포 배달과 관련한 분쟁 해결 요청은 주요 택배사들을 상대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명절처럼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일수록 배송 지연이나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품질 민감도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 기조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국토교통부는 올 설을 앞두고 4주간 택배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하며 현장 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배송 지연과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업계 전반에 ‘무사고 운영’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해 설 택배 물량이 전년 대비 약 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안정적인 운영 능력이 택배사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설 명절 특수기 대응 전략의 무게 중심을 ‘물량 소화’보다 ‘무사고 운영’에 두는 모습이다. 단기적인 출하량 확대 경쟁보다는 배송 사고를 최소화하고 정시 배송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장기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소비자 분쟁이 반복되고 정부 관리 강도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품질 관리 실패는 곧바로 브랜드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먼저 CJ대한통운은 ‘매일 오네(O-NE)’ 서비스를 중심으로 설 특수기에도 끊김 없는 배송을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과거 명절 기간 일부 제한됐던 개인택배 접수를 올해부터 정상 운영으로 전환하면서 물량 부담 속에서도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연장선을 드러냈다.
특히 현장 안정성을 품질 경쟁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운영전환과 함께 폭설·혹한 등 기상 악화 시 택배기사의 자율적 작업중단을 보장하는 작업중지권과 배송 지연에 대한 면책권을 명확히 하며, 무리한 물량 소화보다 안전과 정시성을 우선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단기 물량 확대가 오히려 사고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동화와 기술 투자를 통해 배송 품질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CJ대한통운은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 물류 현장 상용화를 위한 피지컬 AI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9월부터 군포 풀필먼트센터에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해 현장 실증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상품 포장 라인의 완충재 보충 작업 등에 투입해 작업 효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롯데택배 역시 명절 특수기를 대비해 운영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로봇 전문업체 로브로스, 광운대·경희대·서강대와 함께 국책 과제로 선정돼 업계 최초로 이족 보행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단순 자동화 설비를 넘어, 사람 의존도가 높은 피킹·포장 공정의 안정성을 기술로 보완하겠다는 시도다.
실증에 활용되는 로봇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이그리스-C’ 모델로 좁고 복잡한 물류센터 환경에서도 두 다리로 이동하며 사람 손과 유사한 로봇 핸드를 통해 정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물류 운영 데이터를 로봇에 학습시키고 내부 시스템과 연동한 뒤, 진천 풀필먼트센터에 투입해 실제 출고·포장 작업을 학습시키며 추가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이탈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형 성장은 쉽지 않은 만큼 품질 경쟁을 통한 고객 신뢰 확보가 중장기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절은 택배사의 운영 역량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라며 “올 설은 물량 경쟁도 있겠지만 ‘사고 없이 넘길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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