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전국 대학에서 만연하던 일명 ‘표지갈이’에 가담한 대학 교수들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표지갈이는 다른 저자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하는 일을 말한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전국 110개 대학 교수 74명을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 "표지만 바꿔 내 책으로"…대학교수 179명 '표지갈이' 검찰 기소/자료사진=MBC 화면 캡처

이어 교수 105명을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며, 이들과 짜고 책을 낸 4개 출판사 임직원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교수들은 전공서적의 표지에 적힌 저자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새 책인 것처럼 출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소속 대학의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실적을 부풀리고자 범행을 저질렀으며, 일부는 한번 표지갈이를 했다가 출판사에 약점을 잡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름을 빌려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 조사결과 실제 책을 쓴 교수들은 표지갈이 책들이 유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저자는 이공계 서적을 꺼리는 출판업계의 특성 때문에 앞으로 책을 낼 출판사를 확보하기 위해, 허위 저자는 연구실적을 올리기 위해, 출판사는 비인기 전공 서적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묵인했다.

출판사들은 교수들이 다른 곳에서 책을 내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교수의 명단을 해당 대학에 통보하고, '연구부정행위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