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저출생 대응을 넘어 ‘유엔데이(UN Day) 공휴일 재지정’이라는 역사·국가 의제까지 직접 꺼내 들며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기업의 역할 범위를 넓히고 있다. 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국가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으며 기업 경영의 화두를 ‘국가 장래’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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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
6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열린 부영그룹 시무식에서 출산 직원들을 대상으로 총 36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부영은 출산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제도를 시행 중이며, 2021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지급액은 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재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로, 단발성 복지가 아닌 상시 제도로 정착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출산장려금 제도를 일회성 이벤트로 보지 않는다. “기업이 존속하는 한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그는, 출산 지원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부영의 사례가 마중물이 돼 국가 전체의 출산율 반등, 나아가 합계출산율 1.5명 회복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설명이다.
출산장려금 ‘1억 원’이라는 금액 역시 명확한 기준 아래 설정됐다. 단순히 파격적인 숫자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주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주거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억 소리는 나야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상징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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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근 회장은 출산장려금 지급과 관련해 "'억' 소리가 나야한다"고 강조했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
이 같은 행보는 제도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도록 한 세법 개정은 부영 사례가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조세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출산 지원을 주저할 이유는 없어졌다”며, 저출생 문제를 국가나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회장의 문제의식은 출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최근 10월 24일 ‘유엔데이(UN Day)’를 국가 공휴일로 재지정하자고 제안하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도움 속에서 성장해 온 역사적 맥락을 미래 세대가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데이는 1950년부터 1975년까지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이후 폐지된 바 있다.
이 회장은 유엔데이 재지정을 단순한 기념일 복원이 아닌, 국가 정체성과 외교적 위상을 함께 되짚는 계기로 보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60여 개국과의 역사적 연대를 기억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후손들에게 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격 제고와 외교 관계 개선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출산장려금과 유엔데이 제안은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이 회장에게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구 감소를 단순한 통계나 복지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어떤 가치를 기억하고 어떤 구조로 지속될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다. 출산은 인구의 ‘양’을, 유엔데이는 국가의 ‘기억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축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통합적 시각은 고령사회 대응에서도 이어진다. 대한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출산, 고령화, 정년 문제를 별개의 사안이 아닌 하나의 인구 구조 문제로 바라본다. 아이는 태어나야 하고, 노인은 사회적 역할을 지속해야 국가의 성장 잠재력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그는 법정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하되,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조정하자고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도 “늙어도 능력이 있다면 회사에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유능한 사람은 쓸 생각”이라는 입장을 시무식 자리에서 재차 밝혔다. 고령 인구를 단순한 부양 대상이 아닌 활동 인구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출산장려금, 노인 연령 상향 제안, 유엔데이 재지정 제안을 하나의 흐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당장 국가가 처한 인구 소멸 위기에 대해 기업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해법과, 국가의 역사·정체성을 함께 복원하려는 시도가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부영그룹은 이러한 기조 아래 출산 지원과 정년 연장, 보훈·역사 관련 사회공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6·25전쟁 관련 역사서 발간과 참전국 기념 사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단기 실적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국가가 유지되기 위한 기반에 기업이 기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회장은 출산장려금 제도와 관련해 “출산율이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는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엔데이와 출산이라는 두 개의 주인공을 통해, 이중근 회장은 기업 경영의 역할을 이익 중심에서 인구와 역사, 국가 장래를 함께 고민하는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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