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파타고니아가 ‘무소유 선언’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유통 전 과정에서 환경 부담이 큰 패션 산업은 ESG에 불리한 업종으로 꼽히지만, 파타고니아는 지분 구조 자체를 재편하며 ESG를 일회성 선언이 아닌 기업 운영의 기본 원리로 고정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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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주식 지분 98%를 비영리 재단 홀드패스트 콜렉티브에 양도했다. 지분 기부 관련 사진./사진=파타고니아 제공 |
9일 업계에 따르면 창업주 쉬나드 일가는 지난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의결권이 없는 주식 지분 98%(약 4조 원 규모)를 비영리 재단 홀드패스트 콜렉티브에 양도하면서 기업 이익의 귀속 구조 자체를 바꿨다. 나머지 의결권이 있는 주식 2%는 신탁사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가 소유하도록 했다.
파타고니아의 지배구조는 2축으로 나뉜다.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는 회사의 정관을 변경하거나 이사회 멤버 교체 권한을 통해 파타고니아의 가치를 지키는 일을, 홀드패스트 콜렉티브는 배당금을 받아 환경 단체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이 같은 선택을 두고 단순한 기부나 사회공헌을 넘어 기업 이익 귀속 자체를 바꾼 결정으로 평가한다. ESG 경영을 '선택'이 아닌 기업 운영의 '기본 원리'로 고정했다. 브랜드 철학이 환경 보호에 맞춰져 있는 만큼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다시 지구 환경 보전에 환원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실제 파타고니아는 지분 이전 이후 지난해까지 총 25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 보호 활동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ESG를 선언하는 수준을 넘어 재원 흐름과 지배구조까지 연동한 최초의 사례다. 파타고니아는 이를 통해 오랫동안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목표로 한다.
파타고니아식 ESG 경영 성과는 글로벌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파타고니아는 국제 비영리기관 비랩(B Lab)이 운영하는 비콥(B Corp) 인증을 받은 대표 기업으로, 지난 2024년 기준 총 166점을 획득했다. 이는 인증 최소 기준인 80점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지배구조, 근로환경, 지역사회, 환경, 고객 등 5개 영역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해당 평가에서 일반 기업의 평균 점수는 50점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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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탄생한 대장간 전경./사진=파타고니아 제공 |
◆ 발수 소재도 'PFAS-Free'...공급망 확산 기여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정체성은 첫째도 둘째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 하는데 있다. 등반가 출신인 창립자의 가치관은 초기 제품 개발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 사용 확대와 생산·유통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지구를 위한 사업을 한다'는 철학 아래 지속 가능한 경영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파타고니아는 환경 유해성이 지적돼 온 아웃도어 의류의 핵심 기능인 방수·발수 소재에 과불화탄소(PFC) 및 과불화옥탄산(PFOA) 계열 물질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대체 기술을 적용해 왔다. 지난 2019년 과불화화합물을 포함하지 않은 내구성 발수 처리(DWR) 제품을 처음 선보였으며, 이후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모든 신제품에 PFAS-Free 소재 적용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재 전환이 단순히 자사 제품 개선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와 원단 공급망 전반으로 친환경 기준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재생 폴리에스터와 유기농 면 등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힘을 싣고 있다.
업계에선 파타고니아를 두고 기업 설계 단계에서부터 ESG를 내재화한 대표 사례라고 보고 있다. 패션 산업이 구조적으로 과잉 생산과 재고 부담, 복잡한 공급망 등으로 ESG 실천이 쉽지 않은 업종으로 분류되는 상황 속에서 소유 구조 자체를 바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점이 기존 경영 방식과 다른 접근이라는 분석이다.
패션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적정 생산량을 관리하는 등 생산 효율화에 나서고 있지만, 과잉 생산과 재고 부담 중심의 산업 구조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점에서 ESG를 비용이나 마케팅 수단이 아닌 기업 설계의 문제로 접근한 파타고니아의 차별성은 눈여겨볼만 하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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