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결행한지 이틀이 지난 15일에도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사이에서 문재인 대표를 향한 퇴진 요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13일 탈당했고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은 그를 뒤따라 탈당을 예고한 채 일정 조율만을 남겨놓고 있다.

전날인 14일 당내 호남의원 27명 중 19명이 참여한 모임에서는 문 대표의 사퇴 외엔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같은날 열린 ‘구(求)당모임’ 회의에서도 “당대표로서 현 상황에 무한책임을 지라”며 문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구당모임 소속으로서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세 명의 의원 중 황 의원은 1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저희 (구당모임) 동료의원들은 당내에서 우선적으로 모순을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행 문 대표 체제를 ‘제거해야 할 당내 모순’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탈당이 불가피하겠다”고 밝힌 유 의원은 같은날 호남의원 모임에서는 탈당을 재고할 수 있는 조건으로 역시 문 대표의 퇴진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구당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모임에서) 비대위를 꾸리자는 것은 지금 당이 분열과 혼란 속에 있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라며 “지금 체제로는 총선 치르기가 어렵다는 데에도 사람의 의견 차이와 상관없이 동의하는 것 같다”며 비대위 구성과 함께 혁신전대 개최를 지도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 전 대표가 탈당을 했다고 해서 당이 안고 있는 계파패권주의나 그 폐쇄성,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게 없어진 건 아니냐”며 “그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혀 탈당파 의원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노 의원은 이같은 관점에서 “(안 전 대표와 문 대표) 둘이 대면조차 안 하고 파국에 이르렀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새정치연합이 갖고 있는 폐쇄성, 계파 패권주의가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집단적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구당모임은) 탈당을 하기 위한, 신당을 만들기 위한 전초기지같은 것이 결코 아니”라며 일단 부인했지만 “당이 도저히 폐쇄성 때문에, 계파 패권주의 때문에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면 새로운 모색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20명, 30명, 몇 명이 나가냐 이런 것보다는 새로운 모색을 하는 그룹들이 어떤 사람이냐라는 게 국민들 민심을 자극하지 않겠는가”라며 손학규 전 대표나 김부겸 전 의원, 박영선 의원, 김한길 의원 등 인물들이 안 전 대표와 함께 행동에 나설 경우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의원도 이같은 관점에 입각한 듯 “현재 당내에 남아서 친노 일색의 패권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체제로는 야권의 혁명적인 대수술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밖에 나와서 그런 일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대의명분이 있다”며 김한길 박지원 의원의 탈당 결행을 촉구했다.

한편 당내 비주류 대표 격으로서 최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은 전날 호남의원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에게 명분과 기회를 줘서 사퇴를 하도록 해야한다는게 다수의 의견이었다. 사퇴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탈당한 만큼 통합전대의 우선순위가 안 전 대표가 돼야 한다”며 “총선 전에 안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패배한다”며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다만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 김한길 의원의 탈당설에 대해서도 “안 나간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