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수도권 의원과 호남 의원들이 탈당이냐 잔류냐를 놓고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경우 문재인 대표의 고정 지지자 10%를 쉽게 생각할 수 없다. 탈당을 택할 경우 야권이 분열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지지표 분산은 곧 낙선을 뜻한다.
호남 의원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인적 쇄신을 필두로 혁신경쟁에 나서면 대표적인 기득권 상징인 호남 의원들의 대폭 물갈이 는 불가피하다. 현재 호암의원 27명 가운데 초선은 14명 4선 이상은 김성곤 의원이 유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선풀직평가위원회의 ‘하위 20% 물갈이’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이든 천정배 신당이든 기존 호남 의원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호남의원=혁신대상’이란 공식은 안철수 신당이든 천정배 신당이든 유효한 공식이다. ‘국민회의’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천정배 의원측도 일찌감치 ‘전문가 중심의 젊은 인재 영입’에 우선점을 두고 있다. 탈당한 안철수 의원도 혁신대상인 호남 의원들과의 관계 설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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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수도권 의원과 호남 의원들이 탈당이냐 잔류냐를 놓고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호남민심은 ‘새정치민주연합도 싫고 현역 의원들도 싫다’는 분위기여서 안철수도 천정배도 쉽사리 손을 내밀 수 없는 분위기다. 즉 호남민심은 문재인의 새정치민주연합도 싫지만 안철수나 천정배를 뚜렷한 대안세력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탈당했다가는 그야말로 당적조차 없이 선거를 치러야 할 판이다. 호남의원들의 눈치작전이 뜨거워지는 이유다.
수도권 의원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표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안철수 의원도 대안이 아니다. 이들은 비대위를 구성해 당 외연을 확장시켜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문재인 대표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 주류측 입장은 더욱 강경해졌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불가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표의 수도권 고정 지지자 10%를 과연 안철수 의원이 추진중인 신당이 싸안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안철수 신당 효과를 자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탈당을 한다 해도 인적쇄신을 요구하면 짐을 싼 안철수 의원이 받아줄지도 불확실하다. 안철수 의원측도 탈당의 명분이 혁신인데 ‘그 나물의 그 밥’으로는 여론의 주목은커녕 명분마저 희색될 수 있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의원들이 그리는 그림은 단 하나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손학규 전 의원 같이 야권 잠룡들로 구성된 비대위다. 문재인 대표의 지지층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인물의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것이 최상의 그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주장을 주류측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무하다. 짐을 쌀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휩싸인 수도권 의원들의 현주소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유탄을 호남과 수도권 의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당을 추스르며 안철수 의원의 공백 메우기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시간표는 지역 민심 탐방을 통해 여론을 듣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문재인 대표든 안철수 의원이든 ‘혁신’의 제 1과제가 인적쇄신이다. 그 주요 대상이 수도권과 호남 의원들이다.
‘전문가 중심의 인재 영입’을 내건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의원, 천정배 신당에서 혁신대상인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수도권과 호남의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할 처지다. 탈당이든 잔류든 누구를 택하든 그리 반기는 이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짐을 꾸려 놓고도 마땅히 들어갈 집이 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아닌 당의 간판이나 얼굴마담의 후광을 노린 이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