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동지에서 적으로, 동지에서 눈치꾼으로. 전자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관계이고 후자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 사이에 낀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의 아름다운 연대를 꿈궜던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하루아침에 껄끄러운 ‘문·안·박’이 됐다. 불과 한 달전만 해도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연대 제안으로 세 사람은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며 총선의 밝은 미래를 여는듯했다.

결과는 ‘동상이몽’이었고 ‘오월동주’였다. 문재인 대표의 혁신안에 반발한 안철수 의원은 결국 ‘문·안·박’연대를 여지없이 걷어찼고 ‘일정 역할을 하겠다’고 말을 뱉었던 박원순 시장은 그야말로 난처한 입장이 됐다.

   
▲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의 아름다운 연대를 꿈궜던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하루아침에 껄끄러운 ‘문·안·박’이 됐다.문재인 대표의 혁신안에 반발한 안철수 의원은 결국 ‘문·안·박’연대를 여지없이 걷어찼고 ‘일정 역할을 하겠다’고 말을 뱉었던 박원순 시장은 그야말로 난처한 입장이 됐다./사진=미디어펜
박원순 시장은 문재인 대표에게도 안철수 의원에도 빚이 있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2011년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과 후보단일화라는 아름다운 양보를 얻어냈다. 이후 당의 지원으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선후보의 위상을 갖췄다. 하지만 문재인·안철수의 결별로 박원순 시장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박원순 시장의 곤혹스러움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소식을 접하고 드러낸 심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소식에 박원순 시장은 “두 분 중 누구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없다”며 “안타깝다는 말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겠느냐”며 에둘러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 탈당에 따라 2박3일 간이라는 정국 구상에 들어갔고 발등의 불인 선거구 획정 협상을 위해 15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16일 문재인 대표는 당 추스르기에 본격 나설 채비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 후 15일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하며 민심탐방에 들어갔다. 경로당과 보육시설을 찾아 얼굴을 알리며 향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빗대 탈당을 성공신화로 이어 가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초심으로 돌아가 ‘안철수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중간지대에 남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문재인 대표와 거리를 두기에도 안철수 의원과 거리를 좁히기에도 선택의 부담이 있다. 세 사람 모두 야권의 잠룡으로 일찌감치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해 있다.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는 세 사람의 아름다운 연대가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서울시장이라는 행정 경험을 쌓는 동시에 ‘문·안·박’ 연대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이제 세 사람은 각자도생을 하면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하는 경쟁자로 돌변했다. 안철수 의원은 양보의 정치에서 ‘강철수’로 거듭 나겠다는 자신의 길을 택했다.

문재인 대표는 쪼그라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울타리속에서 어쨌든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운명이다. 박원순 시장은 아름다운 연대가 깨지면서 어부지리의 효과도 날아갔다. 이제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될 입장이다. 박원순 시장의 홀로서기 행보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따라 야권 판도는 또 다시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박원순 시장은 서울 시정에 전념하며 묘수풀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