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원내대표는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정개특위 여야 간사가 배석한 가운데 2+2 회동을 가졌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15일 한 자리에 모여 내년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회동이 7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눈에띄는 소득은 없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시작된 회동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여야가 개최키로 합의했던 본회의도 지연, 결국 여야의 협상이 무산됨에 따라 결렬됐으며 여야는 다음 회동 일정도 잡지 못했다.

여야는 지역구 의석을 기존보다 7석 늘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하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 앞서 정기국회 기간 내 여야가 합의 후 처리키로 했던 쟁점법안에 대해선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합의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날 부로 종료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시한 연장에도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서 관련 법안은 안정행정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이같은 합의사항을 전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병석 안’에 대해서 (사표 반영률을 기존 50%에서) 40%까지 (낮춰) 제안했으나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고등학교 학생을 제외한 선거연령 18세 인하도 제안했으나 이것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합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야당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 당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이라는 입장을 마지막까지 서로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말했다.

또한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대신 무언가를 내놔라 하는데,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땐 상당히 불리한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전제조건으로 (걸었다)”며 이를 수용하는 대신 현재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를 본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법을 합의 후 연내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야당 측에서 거부했다고 밝혔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300인 고정 의원 수에 현실적으로 비례 의석을 줄이고 농어촌 의석을 늘릴 수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이라며 “253석으로 늘린 지역구는 농어촌지역구에 배려하는 것이 현재 양당 원내대표가 (농어촌 지역구 축소 최소화에) 합의한 합의정신에 부합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른 선거제도 문제를 들고 나와서 회담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선거구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성”이라며 “이번 총선 뿐아니라 지방선거, 대선 등 각종 형태의 선거가 있게 돼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회담에서 중요한 핵심 의제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끊임없이 양보하라는 말을 해서 회담 내내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덧붙였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 원유철 원내대표(왼쪽), 이학재 정개특위 간사가 15일 오후 6시께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회동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날 협상 의제로 등장했다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선거연령 인하와 관련, 이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인하에 대한 것은 여당에서 논의해본다고 했다”며 “국회의장은 이병석 안에 대해서도 논의하라고 여당에 촉구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우리는 (선거연령 인하라는) 큰 양보를 하면서 현재 처리가 꼭 필요한 법안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야당이 거부했기 때문에 그 제안도 무효화된 것”이라며 당내 논의를 진전시킬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망스럽다’는 평이 나올만한 협상 결과를 예견하듯 이날 회동은 시작부터 공기가 무거웠다. 내홍에 빠진 야당의 당내 사정과 직권상정 검토 문제로 정 의장과 야당 지도부간 신경전이 벌어진 것.

정 의장은 비공개 회동 전 공개발언 석상에서 “정당정치를 하는데 한 정당이 아주 어려운 일을 겪고 있어 국회도 자연히 어려워지지 않나”라며 “오늘까지는 선거구 획정이 되기를 희망했는데 정개특위가 연장 안 돼 상당히 심각한 일이 되고 입법비상사태까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입법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로 당의 형편을 말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당 사정 때문에 선거구 논의나 입법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피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원내대표도 당내 사정과 관련한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입법비상사태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전세계 어디에 그런 말이 어딨느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입법비상사태라는 말은 쓰지않아주셨으면 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정 의장은 야당 내홍과 관련한 발언은 취소했지만 선거구 획정의 마지노선인 이달 31일 시한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비상사태’라는 말은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며 “그런게 예견되기에 가능한 올해 중으로 여야가 합의를 봐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개석상에선 정 의장과 야당뿐아니라 여야간에도 서로의 협상 태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이 처음 입장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선거구 획정 협상이 안 되고 있는 이유”라고 비판했으나 원 원내대표는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데는 양보보다 공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에 따르면 정 의장은 이달 31일이 지나 현행 선거구가 원천무효가 되기 전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장은 이와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다음날인 1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밝히겠다고 알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