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선거구 획정과 관련, “저로서는 ‘특단의 조치’라는 표현을 했지만 연말 연시 쯤에 제가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 청와대에서 현재 경제상황이 국가비상사태에 준한다며 경제관련법안의 직권상정을 촉구한 것에 대해선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선 저는 동의할 수가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여당에 요구한 선거연령 18세 인하에 관해선 여당 측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법 85조(국회선진화법)에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할 수 있는 경우가 3개 있는데 그 중에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그러한 국가비상사태에 가능하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관련법안 직권상정 거부에 대해 “제 개인도 그렇지만 여러 법률 자문 전문가들의 의견도 그렇다”며 “어제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왔길래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좀 찾아봐 달라’고 오히려 부탁했다”면서 “그래서 국민 여러분께선 제가 ‘안하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꼭 잘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선거구 획정 문제에 관해선 “이것이 연말을 넘기게 되면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 기본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참정권인데 내년 4월 선거가 불과 4개월 정도 남았다. 이 시점에서 구획정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2월31일이 지나면 입법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부분도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지만 제 생각에는 그렇다”면서 “입법비상사태가 발생되거나 그 직전에는 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의장은 “어제 회의 마무리 단계에서 야당에서 선거권자의 연령 제한을 18세로 낮추되 고등학생을 제외하자고 제안해 그것을 여당에서 심각하게 검토해 해봐달라는 말씀을 드렸었다”며 “OECD 34개국에서 (선거연령) 19세가 대한민국 1개국, 20세는 폴란드 1개국이고 그 외 32개국은 18세 이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이 됐고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OECD 국가 대부분이 (정한 선거연령) 18세를 이번 선거부터 감안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며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정 의장은 청와대에서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안 외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것은 밥그릇 챙기기’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현재 19대 국회의원이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위해서 구획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말이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제가 봐서는 아주 저속할 뿐만아니라 그런 표현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에서도 꽃이 선거라는 것인데 그 (현행 선거구가 무효화되면) 유권자들이 참정권에 심대한 훼손을 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년 4월 총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입법비상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 불발로 직권상정을 실제로 할 경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야의 안과 이른바 ‘이병석 안’보다는 여야 합의를 근거로 지난 13년간 유지돼 온 현행 지역구 246석 대 비례대표 54석 획정기준을 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편차(최대 3대 1에서 2대 1로 축소)만을 준수해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야기될 지역구 행정구역 통폐합문제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장은 경제관련법안의 직권상정 여부에 대해선 국회선진화법상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 “선진화법을 제가 (의장 직무대행 시절) 바로 이 자리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 법은 탄생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이지만 그때 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이 통과됐다”며 “과거의 법은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정치적으로는 무리한 초법적인 발상을 할 수 있지만 의장의 입장에선 초법적인 발상을 갖고 행하면 오히려 나라에 혼란이 오고 이 혼란이 경제를 더 나쁘게 하는 반작용까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심은 계속 하고있지만 방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정 의장은 야당에서 선거구 획정문제와 연계해 여당에 요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도입여부에 대해선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저는 도달했다. 양쪽을 중재하면서 느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거연령 인하의 경우는 여당이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포함 6개 법안의 일괄처리의 댓가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야당 측에 역제안 한 점을 들어 “좀 더 시간을 갖고 대화하면 타협을 이뤄갈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