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국회법 10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기관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악의 국회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19대 국회가 정기국회마저 어영부영 넘기더니 이젠 아예 식물이 아닌 뇌사상태에 빠졌다. 갈 길 바쁜 민생과 안보를 내팽개친 채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유증으로 극심한 내홍속에 혹여나 했던 임시국회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지도부는 와해되고 여야 협상창구는 닫혔다. 목줄이 달린 시급한 법안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제 1야당의 위기가 아니라 국회의 위기이자 대한민국의 위기다.
국회의원의 지위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선거구민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 국민을 대표한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의 의사에 구속되지 않고, 전체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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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노동개혁 5개 법 및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밝혔다./사진=YTN 캡쳐 |
16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여당, 경제계가 한 목소리로 외치는 노동개혁 5개법안과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현행 국회법상 일부 쟁점 법안들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정의화 의장은 “현 경제상황을 비상사태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이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이 가능한데도 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옳지 않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모두가 경제상황이 비상시국이라고 말해도 정작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까진 강요할 수 없으니 백번 양보하겠다.
하지만 국회는 비상사태를 넘어섰다. 정기국회를 빈손으로 끝내더니 임시국회마저 손 놓은 상태다. 식물국회를 넘어 뇌사국회다. 이런 국회에 정의화 의장은 무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기관”인 국회의장이 보기엔 지금의 국회가 정상인가. 묻고 싶다. 국회 의사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질서는 유지되고 있는가? 아니라면 사무 감독기관인 국회의장의 직무유기다. 지금 국회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일까?
이런 국회를 믿고 세월을 보내란 말인가? 그럴만큼 한가한가. 한국경제는 ‘빨간’ 경고등을 넘어 이미 캄캄한 터널에 진입했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라는 초특급 악재가 몰려오고 있다.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불길한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내년 성장도 예측불허다. 주력산업마다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청년 고용 절벽’은 지겨운 유행가 가사가 됐다.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5개법안이 시급한 이유다. 연내 법안 통과가 되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친다.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노동 5법의 처리가 미뤄진다면 우리 사회에 커다란 재앙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고용절벽에 부딪친 청년들의 절규에 국회만 귀머거리다.
국민도 두 명 중 한 명은 노동개혁과 경제살리기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9일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19세 이상 성인남녀 565명(남성 436명·여성 1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1%가 연내 노동개혁과 경제살리기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데 찬성했다. 반대를 택한 24.8%의 두 배가 넘는 국민이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전체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민생과 국가 안보의 절실함을 외치는데도 귀를 막고 있는 국회는 더 이상 존재의미가 없다. 아니 제 1야당은 귀를 막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경제와 민생은 제쳐 놓고 오로지 제 밥그릇 지키기와 편싸움에 눈멀어 있다. 야당은 무책임의 극을 치닫고 여당은 무기력 속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국회선진화법이란 기막힌 악법 뒤에 숨어 국민을 기만하고 보신과 잇속만을 챙기고 있다.
경제 상황이 진실로 심상치 않다.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이 해를 넘기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위기에 처한다. 확실히 비상사태다. 그런데 국민의 눈에 비친 국회는 초비상사태다. 눈과 귀를 막고 호미로 막을 일을 방기하고 있는 ‘뇌사국회’를 두고 ‘야합’으로 태어난 ‘법’ 운운이라니….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바란다. 제발 ‘법’대로 돌아가는 국회를 만들어 주시라고. 아직 눈과 입으로 호소하고 있는 인내심 많은 우리 국민을 더 이상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직권상정이 ‘법’에 어긋난다면 국회를 정상화 시키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그럴 용기도 자신도 없다면 국회는 백해무익이다. 결자해지다. ‘올스톱’된 국회를 굴러가게 하든지 아니면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한 결단을 하든지. 국가 경제가 비상사태라면 국회는 초비상사태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선택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