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지주들이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100조원 이상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가동 가능성을 열어둔 한편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주요 금융지주 역시 피해 기업 대상 긴급 특별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 지역 수출 취약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 등 향후 대응 방향도 함께 논의됐다.

이 위원장은 "중동지역 불확실성에도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은 견조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충분한 정책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와 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큰 폭 상승 출발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상당폭을 일부 반납하는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됨에 따라 주요국 증시는 대체로 하락 또는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달러화 가치는 상승했다.

이 위원장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관계 부처와 긴밀히 공조해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회사채·CP시장 및 부동산 PF 관련 시장안정프로그램(100조원+@) 등 기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을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가짜뉴스 유포와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과 협력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주요 금융그룹들도 중동발 리스크 대응과 피해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핵심 경영진이 참여하는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환율·금리·유가 등 핵심 지표와 시장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시장 불안이 고객 접점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서비스 안정성과 대고객 안내, 리스크 관리 전반을 선제 점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분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해외진출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최고 1.0%포인트(p) 특별우대금리와 최대 5억 원의 운전자금 및 시설복구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3개월 이내 만기 도래 대출 보유 기업에는 추가 원금 상환 부담 없이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해 기한 연장을 지원한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주재로 그룹 위기관리협의회를 열고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로 유지한 채 주간 점검 체계를 강화했다. 향후 상황이 ‘경계’로 격상될 경우 CEO 주재 위기관리위원회를 즉시 가동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그룹 전반의 직접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중동 지역 인프라 사업 관련 계열사와 거래 현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관련 기업·협력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위기 단계별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 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분쟁 지역 진출 및 수출입 기업에 최대 10억 원의 자금과 최고 1.0%p 우대금리를 지원하고, 만기 연장 조치도 병행한다. 아울러 중동 관련 거래와 유가 변동에 따른 금융상품 리스크, 자금시장 흐름을 상시 점검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전산 시스템과 정보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정부 유관 기관과 협의해 현지 교민을 위한 생필품·구호 패키지 등 인도적 지원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그룹의 ‘포용금융’ 기조에 따른 조치로, 위기 상황에 놓인 교민과 기업의 안전 및 생계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시나리오별 선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피해기업 경영 안정화를 위해 총 12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기업당 최대 5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만기 연장, 분할상환 유예, 최대 1.0%p 금리 감면을 병행한다. 지원 대상은 중동 진출 기업과 2025년 1월 이후 중동 수출입 실적(예정 포함) 보유 기업과 협력업체로 ‘이란 사태 신속 대응반’을 통해 현지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우리은행은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로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동지역 피해 중소기업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중동 수출·수주 기업과 협력업체 등을 중심으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을 공급하고, 금리 우대와 수수료 감면, 만기 연장 및 원금 상환 유예 등 기존 대출 부담 완화 조치도 병행한다. 또한 무역보험공사에 420억원을 출연해 총 8000억원 규모의 보증서 대출을 업체당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하며, 수출입 수수료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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