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3%로 제한…소수주주, 기관투자자 영향력 강화될 것
독립이사 늘리거나 전문성 보완…투명성 강화하고 경영권 방어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올해 9월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제약·바이오업계가 3월 정기주총에서 정관과 이사회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이른바 3%룰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의무소각 논의가 겹치면서 업계의 지배구조와 주주권을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 올해 개정된 상법 시행에 앞서 제약바이오업계가 3월 주총에서 정관 변경과 이사회 변화에 나선다./사진=제미나이


3일 업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 골자는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합산 3%룰 적용 확대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다. 특히 내년 9월까지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이상을 두도록 제도가 정비되면서 감사위원회가 사실상 소수주주·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직접 작동하는 통로로 재편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사외이사 명칭은 독립이사로 바뀌며 독립성·전문성 요건을 강화하는 흐름이 강해질 예정이다. 아울러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는 방향의 제도 변화까지 겹치면서 이사회 구성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주총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정관 개정을 통한 상법 대응이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등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을 반영하고 독립이사 명칭·선임 기준 정비, 집중투표제 관련 조항 변경 등을 포함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회사는 지난해 주총부터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전자투표제 도입·확대를 통해 소수주주 참여를 넓혀온 바 있어 올해는 개정 상법 체계에 맞춰 일괄 정비하는 정관 손질 시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사회·감사위원 구성 재편도 주요 관심사다. 개정 상법으로 감사위원 전체에 3%룰이 적용되고 분리선출 인원이 늘어나면서 회사 추천 후보가 부결되고 소수주주·행동주의 측 후보가 감사위원에 선임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맞춰 주요 제약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독립이사 수를 늘리거나 재무·법률·바이오 R&D(연구개발) 등 전문성을 보완하는 등 ESG·내부거래·보상위원회 등 위원회 구조를 손보는 안건을 통해 ‘투명성 강화’와 ‘경영권 방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이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도 개정 상법과 맞물려 주총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자사주 의무소각 기조가 자리 잡으면 그간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입·보유 전략은 소각 전제의 적극적 자본정책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수출 호조로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상장 제약사들은 올해 주총에서 현금배당 확대,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 제시, 자사주 소각 또는 향후 소각 로드맵 공개 등을 꺼내 들며 밸류업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반면 재무여력이 부족한 일부 회사는 배당 유지 혹은 소폭 축소,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유보 등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금창출력과 R&D 투자, 주주환원의 균형이 이번 주총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 개정에 따라 제약·바이오업계의 지배구조 지형도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까지 겹치면서 저PBR·만성 저평가 제약사나 지주·사업회사 구조에 묶인 그룹사, 풍부한 현금성 자산 대비 낮은 배당을 유지해온 종목들은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투자자의 레이더에 포착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개정과 밸류업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첫 해인 만큼 아직은 실험적인 요소가 많다"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중요해진 만큼 R&D 투자, 글로벌 진출, 주주환원 사이에서 어떤 우선순위를 택하는 지가 주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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