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중동 정세 불안과 해운 업황 둔화, 노사 갈등이라는 ‘삼중 악재’에 직면하면서 올해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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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
중동 긴장 고조로 해상 운임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긴 하나 보험료와 운항 비용 또한 동시에 늘어날 수 있어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9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최근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한 달 전보다 약 3.3배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위험이 커지면서 대체 선적지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일부 항로가 우회 운항으로 전환되며 운송 거리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최근 발발한 중동 리스크는 해상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쟁 위험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되는 전쟁 위험 할증료(War Risk Premium)와 해상 보험료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로 우회에 따른 운항 거리 증가와 연료비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실제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이 이어졌던 홍해 사태 당시 전쟁 위험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약 0.3%에서 최대 1% 수준까지 상승했다.
선박 가치가 1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선박의 경우 단일 항해에만 수십만~1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해운업 전반의 업황도 예전만 못하다. 특히 현재까지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가장 높은 HMM의 경우 타격이 크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평균 1581포인트로, 2024년 평균 2506포인트 대비 37% 하락했다. 특히 주력 노선인 미주 서안(-49%), 미주 동안(-42%), 유럽 노선(-49%) 운임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당시 발주됐던 컨테이너선 공급과잉, 미국 보호관세 정책에 따른 무역 위축 등으로 전 노선에서 운임이 하락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폭등했던 운임이 점차 안정되면서 해운사들의 수익성 역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HMM은 지난해 매출 10조8914억 원과 영업이익 1조461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58.4% 줄어든 수준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HMM의 올해 실적 역시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증권가는 HMM의 올해 영업이익을 8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8580억 원을, 신한투자증권은 8270억 원 수준을 각각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HMM은 최근 2년 간 유지해온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국내 변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HMM 본사 부산 이전 방안을 둘러싸고 육상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노사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조 측은 이전 계획이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집단 행동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해운업 특성상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영업 활동과 화주 계약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정시 운항 신뢰도가 중요한 산업 특성상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경우 화주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HMM은 현재 중동 지정학 리스크, 컨테이너 운임 정상화에 따른 업황 둔화,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라는 복합적인 변수에 직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전통적으로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운임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보험료와 운항 비용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며 “여기에 노사 갈등 변수까지 겹치면서 올해 HMM 실적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HMM은 당장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관망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해운 업황 둔화와 미국, 이란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단기적인 전략 변화보다는 시황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선박이 시장에 많이 투입된 상황에서 올해 업황 자체도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며 "다만 해상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료비 부담이 커질 경우 일정 수준의 유류할증료를 화주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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