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한미 양국 간 통상 현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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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10일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USTR(미국 무역대표부)이 미국 기술 기업과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차별을 포함해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301조 조사를 광범위하게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지난 1월22일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 행위’를 미국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해 달라며 USTR에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USTR의 조치가 “개별 기업에 국한된 조사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접근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며 “단일 기업에 초점을 맞춘 독자적인 청원을 유지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이 될 것이므로 당사는 청원을 취하했다”고 전했다.
USTR은 지난달 20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후 복수의 무역법 301조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여부는 주요 조사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내에서 한국의 디지털 비관세 장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해서 이어졌던 만큼, ‘쿠팡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조치를 빌미로 301조 조사가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로 미국 기업의 상거래 행위가 침해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관세율 상한과 관세 부과 기간에 법적 제한이 없고, 불공정 행위가 초래된 산업 분야 이외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어 미국의 가장 강력한 통상 압박 카드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모든 교역 상대국에 부과하고 있는 ‘10% 임시 관세’ 기한이 만료되기 전까지 301조 등을 활용해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통상 마찰 우려가 확대되자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USTR은 상호관세 위법판결 후속조치로 복수의 무역법 301조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그 분야 중 하나로 미 테크기업에 대한 차별을 언급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사 분야 및 대상국가 등을 확정하여 발표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쿠팡 정보유출에 대한 조사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 중인 바, 개별 기업에 대한 정보유출 건이 301조 조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미측에 설명해 온 바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사태’가 한·미 양국 사이 통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쿠팡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쿠팡이 지속 강조했던 “유출된 개인정보 약 3300만 건 중 실제 저장된 정보는 약 3000건”이라는 해명은 미국 정치권과 투자사들에 의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보 유출 책임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법적 소명은 ‘한국 정부의 차별적 법 집행’ 사례가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엔 현재 진행 중인 개인정보 유출 관련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시 번질 수 있는 ‘탈팡’ 여론은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다. 쿠팡의 전체 매출 중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통상 마찰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여론 악화에 따른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에 대한 차별 여부가 한국과 미국 사이의 통상 쟁점이 되면서, 사태는 쿠팡의 손을 완전히 떠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선 어떤 대응을 해도 악효과가 날 수 있는 살얼음판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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