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완벽 소화, ‘약한영웅’의 서늘함과 ‘환상연가’ 이면이 빚어낸 정점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극의 중심에서 비운의 군주 ‘단종(이홍위)’을 연기한 배우 박지훈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배지 영월에서 죽음을 앞둔 소년 왕의 고독과 두려움,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찾아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낸 박지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고 ‘믿고 보는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처연함 속에 감춘 서늘한 심연, 박지훈이 해석한 ‘단종’

   
▲ 박지훈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연기한 단종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날카롭게 벼려진 예민함을 숨겨두었다./사진=(주)쇼박스 제공


박지훈이 연기한 단종은 그간 사극에서 다뤄진 평면적인 비극의 주인공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권력을 빼앗긴 무력한 소년의 모습 뒤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날카롭게 벼려진 예민함을 숨겨두었다. 특히 영월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처음 마주했을 때 보여준 경계 어린 눈빛과, 서서히 마음을 열며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극명한 대비는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극대화했다.

박지훈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단종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무게감이 처음에는 큰 부담이었다"고 고백하면서도, "단순히 불쌍한 왕이 아니라, 그 시대에 던져진 한 명의 열여덟 살 소년으로서 느끼는 외로움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박지훈 특유의 장점인 ‘눈빛 연기’는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폐위된 군주의 고독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약한영웅’부터 ‘환상연가’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예고된 열연

사실 '왕과 사는 남자'에서 보여준 박지훈의 압도적인 몰입감은 이미 전작들을 통해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에서 보여준 연시은의 서늘한 눈빛과 내면의 독기는 이번 영화 속 단종이 가진 예민한 카리스마의 밑바탕이 되었다. 또한 드라마 '환상연가'에서 1인 2역을 소화하며 보여준 극과 극의 감정 변화는, 단종이 겪는 심리적 파동을 유연하게 표현하는 자양분이 됐다.

   
▲ 연기 달인 유해진과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천만 관객을 이뤄낸 박지훈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사진=(주)쇼박스 제공

평단은 박지훈이 그간 쌓아온 ‘내면의 상처를 가진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이번 영화에서 사극이라는 옷을 입고 폭발했다고 평가한다. 이전 작품들이 박지훈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준 예고편이었다면, '왕과 사는 남자'는 그가 가진 연기적 자산을 집대성한 본편인 셈이다.

‘천만 배우’ 그 너머, 박지훈의 향후 행보

영화의 대성공 이후 박지훈의 다음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최근 종영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언급되는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 '더 씨(The Sea)'를 언급하며 "기존에 보여드린 이미지와는 또 다른, 조금 더 거칠고 가공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연극 무대에 대한 열망도 드러내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행보를 예고했다.

박지훈은 이제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이름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됐다. '왕과 사는 남자'가 증명한 그의 진가는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무궁무진한 연기 지도의 서막일 뿐이다. 처연한 왕에서 강렬한 빌런까지, 박지훈이 보여줄 다음 변신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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