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제품 16종 출고가 평균 7% 인하…신라면·짜파게티·새우깡은 제외
해외사업 성장에도 수익성은 악화, 국내 영업이익 비중 72%까지 확대
국내 영업이익 반등, 가격 인상이 뒷받침…“방어적 인하로 타격 최소화”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농심이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춰 제품 가격 인하에 동참했지만,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신라면 등 가격은 유지하기로 했다. 과거 농심이 주력 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핀셋 인하하며 ‘소비자 체감’을 강조했던 행보와 대비되며, 수익성 방어를 위해 ‘면피용 인하’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 대형마트 매대에 농심 '신라면' 제품이 진열된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 달부터 16종 제품 출고가를 평균 7% 인하하기로 했다. 인하 대상 품목은 안성탕면 3종을 포함해 사리곰탕면‧육개장라면‧사리곰탕면‧후루룩국수‧후루룩칼국수‧무파마탕면‧감자면‧짜왕‧보글보글부대찌개면‧새우탕면 등 라면 12종과 쫄병스낵 4종이다. 라면 매출 1위 제품인 신라면과 2위 짜파게티, 스낵 매출 1위인 새우깡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023년 정부가 소맥분 시세 하락에 따른 가격 인하를 주문했을 당시,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두 품목을 인하하며 “소비자가 물가 인하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소맥분 가격 인하로 인한 이익 증가분(연간 약 80억 원)이 크지 않았던 만큼, 국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에 가격 인하 여력을 집중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인하에서는 핵심 제품이 제외되면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하 대상 제품은 내수 판매 비중이 높은 제품을 위주로 선정해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면서 “특히 가격 인하에 포함된 안성탕면은 단일 브랜드 매출 1000억 원을 넘게 기록하는 대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해외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국내 핵심 제픔 가격 인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농심 전체 매출에서 국내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78.6%였다. 농심은 브랜드별 상세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합산한 연간 매출은 약 6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새우깡 역시 연간 1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농심은 매출 3조5143억 원, 영업이익 183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2.2%, 12.8% 증가한 수치다. 2024년 영업이익이 23% 감소하는 ‘어닝 쇼크’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국내 매출이 1% 감소했지만, 해외 매출이 10.5% 늘며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영업이익 증가분은 오롯이 국내에서 비롯됐다. 주요 수출국에서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작년 농심 미국 법인 영업이익은 473억 원에서 270억 원으로, 중국 법인은 151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각각 43%, 20.5%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미국 법인이 8.9%에서 5.1%로, 중국 법인이 9.3%에서 7%로 하락했다. 일본(52억 원→60억 원), 호주(15억 원→18억 원), 베트남(3억 원→6억 원) 등이 성장했지만, 아직 사업 규모가 작아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법인 영업이익은 814억 원에서 1374억 원으로 68.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3.3%에서 5.4%로 2.1%포인트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이 개선된 배경으로 지난해 3월 단행한 가격 인상을 꼽고 있다. 농심은 앞서 가격을 인하했던 신라면·새우깡 가격을 되돌리는 등 라면과 스낵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 바 있다. 가격 인상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국내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50%에서 72%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팜유 등 원재료와 고환율 등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고유가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가격을 내리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요청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만큼, 최대한 방어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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