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올해도 주식시장은 끝내 '박스피'(박스권+코스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가운데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가 상반기 상승 랠리를 이끌며 한때 박스권 탈출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결국 물거품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전반에 흐르는 불확실성은 내내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올해 폐장일(30일)까지 8거래일을 앞둔 17일 1977.96으로 장을 마감했다. 작년 말(1915.59)과 비교하면 3.26% 상승했지만 지난 2011년 이후 이어진 장기 박스권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작년 말 시장에서는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실제로 주식시장은 이런 전망과는 달리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냈다.
연초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과 미국 금리 인상 시점 지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제약·바이오주가 증시를 이끌었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로 분류되는 화장품주가 급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23일 2173.41로 연고점을 기록하며 한때 '박스피' 탈출을 엿보기도 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연평균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2,000선을 넘어섰다"며 "연말까지 다소 조정세가 이어지더라도 올해는 연평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해로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중형주와 소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14.3%와 4.8%로, 작년 말보다 1.7%포인트, 0.7%포인트 늘어났다.
코스닥 지수도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 장세가 이어지며 작년 말(542.97)에서 지난 17일 658.11로 21.21% 상승하는 등 3년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7월20일 782.64까지 오르는 등 한때 800선 돌파를 넘보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6월15일 증시의 가격제한폭이 종전 ±15%에서 ±30%로 확대된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54.3%, 코스닥시장에서 88.6%로 종전보다 각각 1.3%포인트와 0.5%포인트 늘어났다.
1분기까지 6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바이오·헬스케어 등 중소형주 강세가 두드러지며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개인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으로 뚜렷하게 몰렸다"며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테마에 따라 중소형주, 우선주의 급등락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시에 켜진 '빨간 불'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우려, 중국 증시 폭락 등 글로벌 악재가 잇따르며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지난 4월 '가짜 백수오' 파동은 제약·바이오주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환기시켰고, 지난 5월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중국 관광객 감소와 내수 위축 우려로 이어지며 화장품과 여행, 유통주 등의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시장 전반에 깔린 불확실성이 연중 내내 증시를 압박했다.
코스피는 지난 8월24일 장중 1800.75(종가 기준 1829.81)까지 급락하는 수모도 겪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올해는 금융위기가 아님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깨진 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 최근 3년간 순매수 기조를 보였던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지난 17일 현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빼내가며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는 10조원에 가까운 한국 주식을 사들였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자금을 빼냈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계 자금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유가 하락 영향이 더해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신흥국이 부진했고 자금 이탈이 확대되며 우리도 수급이 부진했다"며 "유럽계 매도가 컸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자금 이탈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시장의 악재 중 하나였다.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로 모멘텀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나 2분기 들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3사의 대규모 영업 손실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효과로 이익은 늘어나지만 정작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됐다.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88곳 중 분석 가능한 498곳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205조615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7조4781억원과 56조4962억원으로 12.69%, 11.31% 증가했다.
국내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조선, 철강, 기계 등 전통 수출주의 부진이 지속됐다. 다만 하반기에는 원/달러 약세 흐름 속에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며 대형 수출주가 주목받기도 했다.
업종별로 화학(8.1%→11.2%), 음식료(2.5%→3.1%), 의약품(1.2%→2.0%), 유통업(5.2%→6.7%), 서비스업(13.7%→15.3%) 등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작년 말보다 늘어난 반면 철강금속(4.2%→3.2%), 전기전자(25.3%→23.0%), 금융업(13.0%→12.3%) 등의 비중은 줄었다.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주요20개국(G20)의 대표 지수는 작년 말 대비 평균 0.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2.8%에 그쳤으나 중국은 8.7% 상승했고, 일본도 9.2% 상승했다. 반면 미국은 0.4%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