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올해 금융투자시장에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각광을 받았다.

1%대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주식시장마저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시중자금이 대거 몰려든 탓이다.

이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은 펀드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또 코스피가 수년간 박스권을 맴돌면서 수익률이 저조하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한 반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채권형(국내 채권형펀드와 주식·채권 혼합형펀드)에는 자금이 흘러들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 투자로는 좀처럼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 힘들어지자 일부 자금은 해외펀드로도 향했다. 그러나 한동안 인기를 끈 중국 펀드 수익률은 별로였고 브라질 펀드 투자자는 큰 손실을 봐야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2774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0.20%에 불과했다. 총 순자산은 55조4600억원으로 연초보다 6조5552억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펀드는 2.42%, 혼합형펀드는 1.58%의 수익률을 올렸다. 순자산도 각각 1조5635억원, 6조2728억원이 증가했다.

'박스피' 장세가 길어지자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며 중위험·중수익을 노릴 수 있는 채권 및 혼합형펀드로 자금이 쏠린 것이다.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하면 국내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상품은 혼합형인 'KB가치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으로, 연초 이후 1조4596억원이 몰렸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금금리+α'의 수익을 원하는 은행 고객들의 채권형, 혼합형 펀드 투자가 늘었다"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박스권 장세에 지쳐 투자 유인을 찾지 못한 자금이 이탈했다"고 진단했다.

운용사별로 보면 메리츠자산운용과 현대인베스트, 이스트스프링, 마이다스 등 운용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운용사로 자금이 상대적으로 더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은 순자산이 1조2979억원 증가하며 부진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인기를 끌었다.

전반적으로는 국내 주식형펀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섹터주식펀드는 13.71%의 수익률을 올리며 선전했다.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증권ETF(수익률 84.42%)와 미래에셋TIGER생활필수품증권ETF(46.30%), 미래에셋TIGER200에너지화학증권ETF(37.09%) 등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섹터 ETF 3총사는 나란히 주식형 펀드 수익률 1~3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섹터주식펀드도 섹터별로 차이가 커 삼성KODEX운송증권ETF(-32.57%)와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증권ETF(-33.24%), 삼성KODEX조선주증권ETF(-39.99%)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정부의 배당 확대 유도 정책이 이어지면서 배당주 펀드도 수익률 6.00%로 선전했다. 코스닥 종목 중심의 중소형주 펀드도 4.82%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삼성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 등 대형 그룹주 펀드는 대부분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인 주가연계펀드(ELF)가 연초 대비 수익률이 -18.75%로 크게 부진했다. ELF의 기초 자산으로 많이 쓰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대형주의 가치가 하락한 탓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상품의 성적도 하반기 증시의 하락으로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최근 몇년간의 환매공세로부터 벗어났다. 올해 순자산 증가액은 2조2971억원에 달한다.

주로 유럽과 일본, 중국 본토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일본 주식펀드는 연초 이후 8.6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 경기부양 정책의 수혜를 누렸다.

유럽 주식펀드 역시 수익률 5.77%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덕을 봤다.

그러나 가장 덩치가 큰 중국 주식펀드(-0.62%)는 중국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브라질 주식펀드는 브라질의 경제 침체가 깊어지면서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악재가 이어져 무려 34.87%의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전체 해외주식형펀드의 수익률(-1.38%)은 부진했다.

해외채권형펀드(-0.05%)와 해외혼합형펀드(-0.41%)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중위험·중수익 선호 현상의 바람이 가장 강하게 몰아친 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7일 현재까지 발행된 공모형 ELS는 총 9707개(종목형 364개·지수형 9343개)로, 발행액이 42조3501억원에 달한다.

미상환된 ELS가 40조4436억원 규모인 점에 비춰볼 때 그 덩치가 펀드 시장을 위협할 정도다.

그러나 3분기에는 홍콩 증시의 급락 여파로 ELS 조기상환 실패 사례가 급증하는 등 경고음이 울리기도 했다.

실제 금융 당국은 중국 증시 폭락의 여파로 H지수가 고점 대비 40% 가까이 추락해 대규모 ELS 원금 손실(녹인·Knock-In) 우려가 제기되자 파생결합증권의 기초 자산이 특정 국가에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면 상품 발행을 일정 기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상환된 ELS 총 8465개(종목형 999개·지수형 7466개)의 연환산 수익률은 3.92%였다.

문수현 연구원은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은 11월 말 기준 잔액이 100조원에 근접할 정도로 올해 중위험·중수익의 대표 상품으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