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지난 11일 홈쇼핑 채널에서 재치 있게 컴백하며 많은 화제를 낳은 가수 루시드 폴의 7집 앨범 타이틀곡은 ‘아직, 있다’라는 노래다.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 노란 나비가 되었어 /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세월호 피해학생들에 대한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곡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조용한 애도’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이 애도의 감정까지 도달하기가 그리 녹록치 않았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국민들의 감정은 충격과 당황이었다. 이 감정이 분노로 전환된 것은 4월 18일경, 민간 잠수사들이 구조작업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였다. 서서히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싸움으로 변해 갔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될 때까지의 대한민국은 세월호를 빼놓고는 아무 것도 없는 나라 같았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았지만 황망한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그 얘기를 공론화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9월 17일,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9월 17일 새벽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대리기사와 시비를 벌이다 폭행사건을 일으킨 김현 의원의 주변에는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있었다. 심지어 당시 경찰은 사건에 대해 “쌍방폭행이 아닌 유가족이 대리기사를 일방적으로 때린 사건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그렇게 그날 밤 순식간에 뒤틀려버렸다.

   
▲ 9월 17일 새벽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대리기사와 시비를 벌이다 폭행사건을 일으킨 김현 의원의 주변에는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있었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아니 어쩌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방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출구를 마련해 줬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김현 의원 대리기사 폭행사건 이후 무렵부터 ‘세월호 피로감’이라는 말은 더 이상 별다른 장애 없이 나오게 됐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건 김현 의원의 뻣뻣한 태도였다. 대리기사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혐의는 부인한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 의원의 태도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가운데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 그렇게 흘러갔다.

결국 지난 16일, 검찰은 김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대리기사와의) 최초 언쟁 때 주도적으로 항의하고 진로방해를 했고,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함께 기소된 유가족들에게도 징역 1년과 2년이 구형됐다.

마침 16일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끝난 날이기도 했다. 1년 전 참사의 충격이 무색하게도 청문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점과 분위기 자체를 바꿔버렸던 대리기사 폭행사건이 과연 이 변화된 분위기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공판 때문에 다시 조명된 이 사건은 힘들게 애도의 영역으로 진입한 많은 숫자의 국민들에게 세월호를 둘러싼 분열과 혈전의 참상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무엇이 우리를,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었던 걸까. 많은 것들이 잊히고 어떤 것들은 사라졌지만 참사에 대한 불편한 기억 한 자락을 끝내 남기고 말았던 어느 폭행사건의 잔상은 거기에 그대로 아직,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