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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안철수 탈당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던 야권 사람들이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다시 화색이 도는 모양이다. 안 의원의 가상 신당이 중도·보수층 일부를 가져가는 바람에 새누리당의 40%대 견고한 지지율이 깨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확장이 아니냐고 반색하는 것이다. 안 의원 자신도 호남을 향해 그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17일 호남 방문에서 “새누리당 지지도가 40%대에서 30%대로 하락하고 새누리당에서 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야권의 저변 확장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야권의 외연 확대가 시작됐다” 등의 발언을 해가며 자신의 탈당이 야권 분열이 아닌 확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안철수 신당을 끼워 넣은 조사에서 2년이 넘도록 40%대에서 미동도 않던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1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는 35.2%, 새정치민주연합은 28.0%, 안철수 신당은 16.5%의 지지율이 나왔고, 한겨레신문 15~16일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26.6%, 새정치연합은 26.5%, 안철수 신당은 16.4%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14일 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30.0%, 새정치연합이 23.0%, 안철수 신당이 18.6%로 나왔다.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새정치연합은 보합세 또는 약간의 오름세인 반면 새누리당은 지지율이 10%가량 대폭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야당 지지층이 결집했고, 여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던 무당층과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가 떨어져 나가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분석일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차기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의 15~17일 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대선 야권주자로 응답자의 41%가 안철수 의원을, 33%는 문재인 대표를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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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문재인 체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음을 확인시켰고, 호남은 문 대표에게 불만이 높지만 그렇다고 안 의원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닌 석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종의 컨벤션 효과라는 점을 볼 때 안 의원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빠질 가능성이 있다./사진=연합뉴스 |
신기루에 가까운 허약한 지지기반, 안철수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렇다면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여론은 어떨까. 전혀 다른 현상을 보였다. 안 의원(35%)보다 문 대표(58%)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또 호남은 거꾸로다. 안 의원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은 48%로 문 대표(27%)를 크게 넘어섰다. 문 대표에 대한 호남의 불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어찌됐든 이렇게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만을 보면 야권이 고무될 만도 하다. 안철수 신당이 무당파를 흡수,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뺏어 오니 표의 확장이 분명하다.
안 의원은 안 의원대로 신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 특히 호남에서 문 대표보다 2배 가까이 높은 대선후보 지지율을 얻었으니 만족스러울 것이다. 문 대표 입장에서도 아쉬울 게 없다. 앓던 이가 시원하게 빠졌고,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도 자신이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음을 확인했으니 자신감을 크게 얻었을 것이다. 당직인선에서 이목희, 김성곤, 백재현, 홍익표 등 친노 주류들을 꽂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안도와 자신감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야권에 더 깊은 고민을 던져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야당의 핵심 지지층이 여전히 문재인 체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음을 확인시켰고, 호남은 문 대표에게 불만이 높지만 그렇다고 안 의원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일종의 컨벤션 효과라는 점을 볼 때 안 의원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빠질 가능성이 있다. 또 문 대표와 친노가 적당히 양보를 하고 달래면 언제든지 새정치연합이 회복할 수도 있는 지지율이다.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와 무당파의 지지가 안철수 신당에 쏠린 것도 그렇다. 이들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층이 아니다. 신당의 모습이 어떠냐에 따라 오히려 확 빠져나갈 수도 있으며, 안철수 신당이 실패할 경우 거기서 빠진 지지율은 새정치연합으로 가기보다 새누리당이나 무당파로 다시 원상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이전에 안 의원의 새정치가 성공하려면 자신을 과감히 던지고 깨져야 한다고 했다.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의 지지율을 온전히 안 의원 것으로 만들려면 반사이익만으로 어렵다. 그러려면 문재인과 친노의 운동권 정치를 꺾을만한 실력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지지율은 친노와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으로 모은 것이니만큼 신기루 정치, 구름위의 강연정치만 계속된다면 언제든 물거품처럼 꺼질 수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표의 확장 가능성 면에서 분명 문 대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반면 야권의 1인자가 되기 힘들다는 현실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문 대표는 확장 가능성이 낮지만 매우 강력한 지지층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문 대표와 안 의원의 화학적 결합이 매우 어렵다는 것도 이미 증명이 됐다. 지난 9월 혁신논쟁 때 서로 얼굴 한 번 안 보고 2주 동안 언론에다 대고 상대를 비판했다고 한다. 야당은 이 딜레마를 과연 풀 수 있을까.
나약한 안철수 삼켰던 문재인과 친노 패권주의, 스스로를 삼킬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안 의원의 도전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안 의원은 이미 친노 운동권 정치에 먹혔던 쓰라린 실패의 경험도 있다. 호남 민심이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현재로선 야당의 시대착오 운동권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는 인물이 안 의원 밖에 안 보인다는 것도 현실이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건강한 여당도 있는 법이다. 그래야 나라 전체가 건강해지고 업그레이드 될 게 아닌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보여준 게 없는 안 의원에 대한 여론의 기대와 지지가 꾸준한 이유도 바로 그런 소망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문재인 대표의 정치는 갈수록 독성을 키우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하자마자 당직 인선을 친노 일색으로 내다 꽂으며 비노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패권을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공천권을 가지고 호남 민심 이탈을 최대한 막으면서 안 의원과 양분하는 작전으로 갈 것이다. 호남을 적당히 윽박지르고 적당히 달래가면서 말이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기회가 될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정치를 독재라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친노 패권을 지키려 안 의원을 몰아낸 문 대표와 친노의 정치는 그보다 더한 독재정치다. 더 심각한 것은 그 패권정치가 야권의 집권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표와 친노가 패권정치를 강화하면 할수록 안철수가 가진 확장성에 배타적일 수밖에 없고 더더욱 섞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는 “안철수는 ‘중도’의 길로 가고 문재인은 ‘진보’의 길로 가라”며 양 세력이 최후에 연대하라고 조언하지만 뭘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게 가면 갈수록 근원적으로 다른 두 사람의 화학적 결합은 더 어려워지고 멀어진다. 필자는 야권의 승리 가능성은 하나의 경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문 대표와 친노가 패권주의를 버리는 것이다. 안 의원이 실력으로 문 대표를 이기는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랄 뿐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