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내년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으로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출과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이 증시를 끌어올릴 만큼 크게 개선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글로벌 변동성 확대…"추세적 경기 회복 어려워"

올 한해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과 같은 악재들이 내년에도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함과 동시에 향후 점진적 금리 인상 방침을 시사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안도감이 퍼지기는 했지만 온기가 오래 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중 단행될 미국의 두 번째 금리 인상 시점을 앞두고 변동성 확대가 재현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신흥국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감도 커질 우려가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환경에서 추세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8할이 수출주로 구성된 국내 증시의 특성상 글로벌 매크로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수출 부진을 경유해 기업 실적과 증시 불확실성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개선될 경우 경기 모멘텀은 다소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상대적인 낙관론도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리먼 사태 이후 가장 부진했던 신흥국 수입 수요가 내년에는 가시적인 회복을 기록할 수 있고, 원자재 가격의 바닥권 탈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 전반의 수급 측면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기준금리가 초저금리 수준으로 낮아진 2008년 말부터 올해까지 국내 시장에서 83조원 가량을 매수했는데 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에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에 중국 A주가 편입될 예정인 점도 외국인의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운다.

반면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계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시장 변동성 축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패시브 펀드와 선진국 ETF 중심의 글로벌 유동성 트렌드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기업의 연간 실적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금리와 저유가, 원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매년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 순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106조원으로 추산된다"며 "다만 실적 추정치와 기업의 실제 실적간 괴리가 커지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2012년부터 지속되고 있어 컨센서스의 현실화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코스피 움직임은…'상고하저' vs '상저하고'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국내 10대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등락범위)는 하단이 평균 1849, 상단이 평균 2223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대신증권과 KDB대우증권이 하단을 1700선으로 가장 낮게 제시했다. 이에 비해 메리츠종금증권은 하단을 1950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과 KDB대우증권은 밴드 상단도 2150으로 가장 낮게 제시했다. 밴드 상단을 상대적으로 높게 예상한 곳은 신한금융투자(2350), 메리츠종금증권(2300) 등이다.

주식 시장의 흐름에 대해서는 '상고하저'(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와 '상저하고'(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상고하저'를 예상하는 이유로는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 미국 대통령 선거 등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에는 유로존과 중국의 경기부양적 정책 효과가 이연되고 일본의 추가 부양 가능성 등이 우호적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정책 동력이 약화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이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1분기까지 변동성이 제어된 안도랠리가 가능하지만 2분기 이후 정책 효과가 약화되면서 중국의 기업 부실 등 잠재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진정되고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증시가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는 선진국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하고 2분기부터 점진적 상승세를 재개할 것"이라며 "원화 약세 효과가 배가되고 신흥국 경기 상황이 안정을 찾으면서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두 번째 금리 인상 이후부터 금리 인상 주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에서 대체로 중국 소비 성장 수혜주, 미디어·콘텐츠 업종, 전기차 관련주, 배당주, 대형 가치주 등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 최선호주(Top Picks)로는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CJ E&M, LG화학, 삼성SDI, 카카오, 아모레퍼시픽, 농심, 한국전력 등이 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