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새해에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된다. 또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한시적으로 부활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재테크 시장의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있다.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의 대이동을 부를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현금,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을 합친 단기 부동 자금은 약 921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ISA, 예금·펀드·ELS 다 담는다

내년 재산 불리기의 시작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중 어디가 됐든 ISA 계좌를 트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ISA는 예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을 투자자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바구니로 보면 된다. 내년 3월께부터 가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에 있던 여러 비과세 상품과 비교했을 때 ISA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금융 상품의 손실과 이익을 합쳐 최종 순이익에만 과세한다는 점이다.

ISA에는 연간 2000만원씩, 1억원까지 부을 수 있는데 순이익 250만원(연급여 5000만원 이상은 200만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순이익이 250만원을 넘어도 보통의 금융 상품에 붙는 15.4%보다 낮은 9.9%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투자 성향에 따라 ISA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보수적 투자자라면 가입 한도액을 모두 예금으로만 채울 수 있다. ISA로 예금에 들면 실질 금리를 1%가량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ISA 도입 취지에 비춰볼 때 예금 외에도 펀드, 파생상품을 적절히 채워 넣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ISA에 국·내외 주식형 펀드를 담는 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지금도 비과세가 적용되고 있고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내년부터 별도 한도로 비과세가 적용되므로 굳이 ISA에 담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ISA는 최소 3년간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해지가 되지 않으므로 여윳돈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보다 먼저 저성장, 저금리를 경험한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 자산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자산 중에서도 예금 위주의 안전 자산 운용 방식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 자산이 세계 주요국과 비교할 때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지나치게 집중돼있는 데 따른 지적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6.8%로 미국(70.1%), 일본(61.6%·2013년 말), 영국(52.2%·2013년 말), 호주(39.4%)보다 낮았다.

금융 자산 만을 놓고 봐도 예금 선호도가 매우 강하다. 작년 말 기준 한국 가계의 금융 자산에서 현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2.0%에 달해 일본(52.5%)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 영국, 호주는 그 비중이 각각 13.2%, 23.9%, 22.7%에 그쳤다.

결국 환경 변화에 따라서는 이른바 '머니 무브'가 대거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제2 해외펀드 붐 일까…금리 더 주는 인터넷은행도 매력

좀 더 투자 여력이 있는 이들이라면 내년부터 2년간 해외 주식펀드 비과세 제도가 부활하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해외 주식펀드 비과세는 2007∼2009년 적용되고서 8년 만에 다시 시행된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가입하면 최대 10년의 운용 기간 원금 3000만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지금은 해외 주식펀드에 투자 이익과 환차익까지 15.4%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가령 3000만원을 투자해 1500만원의 이익을 봤다면 지금은 231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앞으로는 이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중국과 유럽 증시에 투자한 해외 주식형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과거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을 계기로 형성된 해외 투자 붐이 다시 한 번 더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06년 말까지만 해도 6조4천억원대에 불과했지만 2007년 해외 펀드 활성화 정책이 도입된 데 힘입어 2008년에는 60조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로 많은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거액의 손실을 봐야 했고 현재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7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해외 펀드 붐 때에는 중국 등 신흥국 증시에 과도한 자산을 투자해서 문제가 됐다"며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당분간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오, IT 등 성장 산업 비중이 높은 미국 펀드 투자를 현 시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고액 자산 계층이라면 문턱이 낮아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를 활용해 볼 수 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 투자 하한 금액이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졌고 중위험 중수익 상품 수요의 확대를 볼 때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인 인터넷 은행들도 금융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재테크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은행은 일선 점포 운영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신 고객들에게 일반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K뱅크는 예금 가입자에게 일반 은행보다 최대 연 1.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 얹어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50조원이 몰린 증권사 CMA 금리가 연 1.4∼1.5%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단기 부동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