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자 창조적 파괴를 부르짖은 김한길·박영선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탈당으로 문재인 대표와 친노그룹은 결속은 더욱 두드려지고 있는 반면 ‘문·안·박’ 연대 구성의 한 축인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이다.

박원순 시장은 20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최한 한 토크쇼에서 “문재인 대표님이 옆에 있지만 통합은 필승이고 분열은 필패라고 말하면서 안철수 의원과 통합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하루 뒤인 21일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은 사람이 똘똘 뭉쳐야 한다”며 “낡은 껍데기를 벗겨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새 살이 돋는다”며 안철수 의원과 탈당파들을 ‘낡은 껍데기’에 비유하며 당 결속 고삐죄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전날 “어르신 세대는 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박근혜정부가 잘한다고 지지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바꿔야 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는 없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자 창조적 파괴를 부르짖은 김한길·박영선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탈당으로 문재인 대표와 친노그룹은 결속은 더욱 두드려지고 있는 반면 ‘문·안·박’ 연대 구성의 한 축인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표의 발언은 즉각 ‘노인 폄훼’ 발언으로 공격을 받자 박원순 시장은 “문 대표가 청년이 중요하다 했는데 어르신도 중요하다. 어르신도 좋은 분이 많으니까 우리 지지세력으로 모셔야 된다”고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을 적극 옹호하지 않으면서 겉모양은 일단 ‘문·박’ 연대는 가동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과 문재인 대표의 당내 입지 변화에 따라 박원순 시장은 언제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일 것이란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권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양보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지원으로 당선됐다.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는 당의 지원보다 직접적인 후보 양보를 했던 안철수 의원에게도 진 마음의 빚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어떤 형태로든 한 길을 가지 않는 한 자신도 조만간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현실은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는 없다”고 채천명하면서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신당창당 선언을 하면서 “혁신을 외면한 세력과 연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주류를 청산 대상으로 재차 지목했다.

안철수 의원이 수차례 강조한 청산 대상인 ‘낡은 진보’는 친노와 386운동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날 안철수 의원은 천정배 등 다른 신당과는 연대의 길이 열려 있다고 말해 야권발 ‘헤쳐모여’식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날 안철수 의원은 “국민과 새정치민주연합 당원, 지지자들에게 큰 마음의 빚을 졌다”며 “저와 신당은 불공정한 세상에 분노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젊은 세대들에게 호소를 보냈다.

안철수 신당 선언에 이어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김한길·박영선도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한 여러 가지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며”며 “이 것은 당 안에서도 이뤄져야 하고 당 밖에서도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창조적 파괴를 가장 먼저 말한 이는 김한길 의원이다. 김한길 의원은 지난 8월 14일 페이스북에서 대립의 양당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내 김한길계는 10여 명이다. 따라서 김한길계의 움직임은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물 건너간 ‘문·안·박’연대 대신 ‘반문 삼각연대’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기도 하다.

갖가지 시나리오가 넘쳐나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측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절박감을 호소하는 한편 더 더욱 결속력을 다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안철수 발 야권개편의 서막이 열리면서 ‘찻잔속의 태풍’이 될지 ‘태풍속의 핵’이 될지 야권 정치인들의 속셈도 분주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