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롯한 전문가 “이번 선고 지나치다”는 의견 상당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CJ그룹의 연말 분위기는 수면으로 가라앉았다. 사실상 모든 경영은 올 스톱됐다.

   
▲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5일 파기환송심에서 1600억원대의 횡령,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CJ그룹 이재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YTN방송 화면 캡처

실제로 CJ그룹은 총수의 장기부재로 대규모 M&A건이 대부분 중단되거나 보류되면서 CJ대한통운, CJ오쇼핑, CJ제일제당 등 주요계열사가 추진했던 굵직한 M&A건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이 회장의 장기부재에 따른 대규모 신규투자에서 번번이 쓴잔을 들이켜 왔던 CJ그룹으로서는 그동안 오너의 공백이 컸던 터라 이번 파기환송심에 건 기대감은 컸다.

특히, 재계를 비롯한 법조계 일각에서 건강악화와 경영공백을 이유로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재판 하루 전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점 역시 기대감을 한층 높여왔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CJ그룹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또한 이 회장의 형법상의 배임죄 성립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이 얻은 이익을 상정할 수 없다며 파기 환송이 불가피하다는 대법원의 판단과 경제상황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판결이라는 아쉬움도 불거져 나왔다.

22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에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이번 주 내로 대법원에 재상고할 방침이다.

CJ그룹은 당초 이번 재판에서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을 전제로 인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치 못한 선고 결과가 나오면서 연말 인사 또한 잠정 보류된 상태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재판에 건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다”며 “이번 주 대법원에 재상고할 방침으로 현재 그에 따른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직까지 인사는 불투명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실형선고와 관련해서는 경제계·학계 일각에서 “이번 판결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회장이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점과 그룹총수가 장기간 공백상태에서 그룹경영이 사실상 마비됐고, 다른 총수와의 처벌 형평성 등에 비춰 동정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유무죄를 떠나 일단 '횡령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강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볼 여지가 있다”며 “‘부당한 처벌이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선처라는 관점에서 사법부가 선처를 고려할 수 있음에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소위 여론 재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여타 다른 총수의 경우 배임죄가 문제가 됐는데 이 회장의 경우 횡령과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법원이 판단할 때 관용을 베풀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형을 집행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경우 그룹에서 총수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서양권과 달리 동양권에서는 지도자의 권위와 역량이 절대적인데, 특히 기업이 어려울 때 오너의 명확한 지휘 아래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오랜 시간 증명됐다”며 “CJ그룹의 경우 CJ헬로비전 매각 건을 비롯해 구조조정 등 오너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이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낸 파기환송심의 취지를 볼 때 실형을 매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를 법률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사회적인 편익을 살펴봐야 한다”며 “총수의 부재에 따른 그룹 경영에 상당한 차질이 있고,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렵다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