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88)-골프에도 결이 있다

『장자(莊子)』에 ‘포정해우(庖丁解牛)’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문혜군(文惠君)이 도의 경지에 이른 포정의 소 잡는 모습을 보고 모든 사물에는 결이 있고 그 결을 따르는 것이 바로 천리(天理)임을 깨닫는다는 얘기다.

손과 발, 어깨와 무릎을 적절하게 움직이며 소를 풀어낼 때 피륙이 갈라지면서 나는 소리와 칼을 밀어 넣을 때 나는 소리가 음악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다. 탕(湯)임금 때의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과 화합하며 요(堯)임금 때의 음악에도 들어맞았다. 문혜군이 이르기를 “오! 훌륭하도다. 기술이 어떻게 이런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하고 감탄했다.

포정이 칼을 놓고 말하기를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로서, 기술의 경지를 넘어선 것입니다. 처음 제가 소를 잡을 때는 온통 소만 보였습니다. 3년 뒤에는 소의 몸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신명(神明)으로 만나되 눈으로 보지 않고 감관과 사려작용은 멈추어지고 신명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소의 자연스러운 결을 따라 힘줄과 뼈의 틈 사이를 치고 골절 사이의 빈 곳으로 칼을 집어넣습니다. 소 몸체가 생긴 대로 따르니 경락과 뼈에 엉킨 힘줄조차 부딪히지 않는데 하물며 큰 뼈이겠습니까. 훌륭한 백정은 해마다 칼을 바꾸니 자르는 방법을 쓰기 때문이요, 보통의 백정은 달마다 칼을 바꾸니 빠개는 방법을 쓰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의 이 칼은 19년을 사용하였고 잡은 소도 수천 마리나 됩니다. 그러나 칼날은 아직도 숫돌에서 방금 갈아낸 듯합니다. 소의 골절에는 틈새가 있으나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칼날로 골절 사이의 빈틈에 넣으니 넓고 넓어서 칼날을 놀림에 반드시 넉넉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19년이 지나도록 칼날이 숫돌에서 방금 갈아낸 듯한 것입니다. 비록 그렇더라도 매번 뼈와 힘줄이 엉겨 붙어 있는 곳에 이르면 저도 쉽게 하기 어려워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경계하여 시력을 집중하고 움직임은 서서히 하여 칼을 매우 가볍게 움직여 흙덩이가 땅에 쏟아지듯 휙 풀어냅니다.”라고 말했다.

장자는 여기서 칼을 마음에 비유하고 소를 모든 사물에 비유, 숫돌에서 갓 갈아낸 칼날처럼 마음을 갈고 닦은 뒤 사물들의 자연스러운 결을 따라서 허심으로 응하면 칼날이 상하지 않듯 마음도 상처입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 아무리 어려운 골프코스라 해도 그 속에는 결이 있어 욕심을 버리고 그 결을 따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결을 무시하고 덤빌 때 엉뚱한 재앙을 만난다. /삽화=방민준
모든 사물에는 결이 있다. 목수는 나뭇결을 찾아 그 나무를 다스리고 석공은 돌의 결을 찾아 돌을 다루고 옥을 다루는 사람은 옥의 결을 찾아 옥그릇을 만든다. 그 결에는 빈틈이 있다. 그 결 속의 빈 공간이 그 사물의 핵심이다. 마찬가지로 천지만물에는 결이 있다. 바로 천리다.

골프에도 결이 있다. 스윙에도 결이 있고 골프코스에도 결이 있다. 특히 그린에서의 승패는 숨어있는 결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 그 결에 맞는 스트로크를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신체에도 나름의 결이 있다.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스윙의 결을 자연스럽게 따르면 아름답고 힘찬 스윙이 만들어진다. 미스 샷은 결을 무시한 무리한 스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골프코스라 해도 그 속에는 결이 있어 욕심을 버리고 그 결을 따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결을 무시하고 덤빌 때 엉뚱한 재앙을 만난다.

내 자신의 결은 물론 자연의 결을 찾아내는 안목을 기르고 그 결을 따르는 법을 익히면 누구나 훌륭한 골퍼가 될 수 있다.
바람도 결을 따르면 순풍이 되고 거스르면 역풍이 된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