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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는 예고편부터 몽환적이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조선시대 평안도 최대 유곽의 이름이 ‘물랑루’라는 점에서는 영화 ‘물랑루즈’(감독 바즈 루어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조선마술사’의 ‘물랑루’는 '없을 물(勿)' '밝을 랑(朗)' '정자 루(樓)'의 밝음이 없는 곳, 즉 질서와 계급 없이 모두가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장소 또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물랑루’에서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유승호)가 화려한 기술을 펼쳐 보이는 부분에서는 ‘물랑루즈’의 샤틴(니콜 키드먼)이 매혹적인 퍼포먼스로 뮤지컬을 연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의 유토피아적 배경과 더불어 환희의 푸른 빛, 청명 공주(고아라)의 갈색 빛 눈동자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전한 김대승 감독의 연출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명이 원치 않는 혼례를 치르러 가던 중 우연히 의주에서 마주친 환희에게 운명처럼 끌리게 되는 이야기는 하이틴 로맨스 외화를 접하는 듯해 흥미롭다.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메이즈 러너’처럼 곤경에 처한 여자와 남자가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간다는 설정은 얼핏 전형적일 수도 있지만 판타지 무대가 신선함을 충족시켜 준다. ‘조선마술사’는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코드를 가장 한국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영화의 주요 소비층인 20대에서 40대를 타깃으로 삼아온 한국영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유아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중장년층을 위한 시대극으로 관객층을 확장시켜왔다. 하지만 1318세대라 불리는 청소년을 위한 영화는 사실상 부재했다. 청소년 대상의 영화를 제작하기도, 연출하기도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할리우드에서 개척한 판타지 로맨스가 해외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국내 청소년들에게까지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다분히 서양적이었던 판타지 로맨스가 한국화 됐을 때 어떠한 오리엔탈 판타지 로맨스의 감각을 선사할 지 기대된다.
‘조선마술사’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 앞선 할리우드 판타지 로맨스에서의 허황된 느낌을 상당부분 감쇄시켰다. 일단 ‘조선마술사’라는 인물은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한 남사당패의 ‘얼른쇠’를 모델로 했다. 또한 영화는 1636년 병자호란 이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 전란에서 승리한 청나라가 정치적 볼모로 ‘의순공주’를 데려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김대승 감독이 “보는 이들이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 있게 상상해내자”라고 밝혔듯이 ‘조선마술사’는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볼거리와 이야기로 팩션 판타지 로맨스를 구축해 관객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30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