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정치인들의 입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지고 있다. 의정단상은 물론이고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오염된 정치언어는 최악의 국회로 손가락질 받는 19대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극도로 혐오스런 발언이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내뱉어 지고 있다. 비전과 가치 논리, 정책의 본질을 논의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의 도구는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다.
정치인에게 말은 예술이자 자신의 정체성이다. 고 만델라 넬슨 전 대통령은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라며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정책을 종식시켰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Yes, We can”이란 말 한마디로 미국인들의 마음에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이들의 말속에는 정국을 꿰뚫어 보고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실이 담겼다.
헌데 우리의 정치언어는 그야말로 테러 수준이다. 아전인수, 몰가치성, 야비한 인격살인, 왜곡, 거짓말로 얼룩지고 상처투성이가 된지 오래다. 혼탁한 정치판만큼이나 마음속에도 탁류가 솟구치고 있다. 금도를 넘어 막장을 치닫는 정치인의 입은 학습효과 때문일까? 소설가 막심 고리키는 “막말의 최대 피해자는 자기 자신”이라고 했지만 이 땅의 정치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훈장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오직하면 ‘정치인의 특기는 말 바꾸기이고 취미는 막말’이라는 가슴 아픈 풍자로 희화화 되고 있을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도는 이제 예의에 가까울 정도다. 정책을 말해야 할 입으로 국민들의 가슴이 철렁할 수준의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두 번도 아니게 입에 올리고 있다. 인격 운운은 그들에게 호사스런 사치다.
|
|
|
▲ 정치인들의 입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지고 있다. 의정단상은 물론이고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오염된 정치언어는 최악의 국회로 손가락질 받는 19대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진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이종걸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
갈등과 분열로 치닫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입’들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문재인 표부터 이종걸 원내대표, 이용득 최고위원, 정청래 최고위원, 양승조 의원 등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화풀이식 언어를 뱉어내고 있다. 국회의원의 품위를 지키기에 앞장서야 할 제1 야당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저질발언에 앞장서니 소속 의원들이야 거칠것이 없다. 국회가 오염된 말의 근원지로 지목 받는 이유다. 국회 명예와 권위 실추에 ‘막말 정당’이라는 논란은 강 건너 불이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5개 법안 등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경제 위기 상황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 “국민이 병신인가. 국민이 바보인가”라며 “경풍(經風)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과거 독재정권이 안보불안 심리를 악용하는 ‘북풍’ 공작을 펼쳤다면 박근혜 정권은 경제불안 심리를 조작하는 ‘경풍(經風)’ 공작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선거 여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다”고도 했다.
국민을 ‘병신’·‘바보’에 빗댔다. 당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경제 위기 상황을 직시해 달라는 말은 선거용 ‘경풍’에 비유했다. 그야말로 자신의 입맛에 안 맞으면 국민은 ‘병신’이고 ‘바보’인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설화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박 대통령의 분노조절장애가 나날이 심해진다”고 했다. 10월에는 대통령을 ‘무속인’에 빗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압권은 2012년의 막장 발언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2012월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 후보를 지칭해 ‘그년’이라고 비난, 저질 막장 발언 파문을 야기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의원…그년 서슬이 퍼래서”라고 올렸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원내대표는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고 같은 말이다”, “‘그년’은 ‘그녀는’의 오타”라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둘러댔다. 막장 저질을 넘어 되지도 않는 핑계거리를 찾는 비겁함까지 그야말로 저질의 ‘3종 세트’ 끝을 보였다.
문재인 대표도 지난달 11·14 민중총궐기와 관련 불법 시위자를 옹호하고 경찰 비난하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을 대국민 테러분자로 매도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27일 “박근혜 정권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절규하는 국민을 IS와 같은 테러세력, 불온 세력으로 연일 매도하고 있지만, 지금 테러를 당하고 있는 건 국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물리적, 정신적 테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이용득 최고위원이다. 이용득 의원은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저출산대책을 비난하면서 “아무리 결혼 안 해 보고, 노동 안 해 보고, 이력서 한번 안 써본 대통령이지만, 밑에서 써주는 글만 읽어대는 사람이 아니라 가슴이 있는, 이해할 줄 아는 착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용득 의원의 발언은 “수많은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한 패륜적인 망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모독을 넘어 미혼, 미취업 여성을 '덜 된 인간'으로 보는 극혐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논란 불러 일으켰다.
이 의원은 7월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요구한 유승희 최고위원을 향해 불만을 표시하며 “XX 반말도 못하냐”면서 고함과 욕설을 내뱉어 물의를 샀다. 9월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해, “쇠파이프를 휘두를 대상”이라고 언급해 세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전부 다 미쳤다”며 정부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했다.
2013년 12월에는 당시 최고위원이던 양승조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그해 7월에는 홍익표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야당 국회의원들의 도 넘은 막말 퍼레이드에 국민들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말은 당사자의 생각과 세계관을 대변하며 쓰는 용어와 화법, 어조에 따라 자신의 밥상머리 교육수준과 평소의 생각이 묻어난다. 국민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의 막무가내식 말은 정치인이라는 신분을 떠나 각자의 본분과 직책을 망각한 언사다.
야당은 민생과 경제를 팽개친 지 오래다.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기업구조조정지원법(원샷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법안을 비롯해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당장 시급한 법안들이 쌓여 있지만 도무지 생각이 없다. 당내 갈등과 정치적 계산에 따라 주판알 튕기기에만 몰두해 있다. 탈당을 하든 잔류를 하든 정치를 계속하든 그만두든 각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국민에 대한 죄스러움은 가져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마저 기대할 게 없다면 그야말로 차라리 밥상머리 교육부터 다시 받기를 권한다.
대통령에 대한 무차별적 모독 언사는 명예훼손의 차원을 넘어 국민에 대한 모독이며 국제적인 망신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이다. 총선이 코앞이다. 이들에게 들려주고픈 논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行乎哉?(말이 성실하지 않으며 신용이 없고, 행동은 독실하지 못하고 공경스럽지 않다면 제 고장에서인들 통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