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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대우증권 전경 |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의 매각을 반대하면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높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에 대한 구조조정 불가피할 듯
전일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산업은행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완전 고용 승계를 제1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 후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대우증권의 임직원은 2961명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의 1768명보다 1200명가량 많다. 단순히 인원만 많은 게 아니라 리테일과 리서치센터, 본사 경영·기획지원 등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중복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전국 지점 76곳과 대우증권의 전국 지점 102곳의 위치가 겹치는 곳이 많아 지점 인력이 집중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의 리테일 인력은 1399명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812명 수준이다.
국내 첫 민간경제연구소인 대우경제연구소 시절부터 강했던 대우증권의 리서치센터 인력도 구조조정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대우증권의 애널리스트는 77명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27명의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의 거센 경쟁 속에서 리서치센터가 영업지원부서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테일 인력의 감소와 더불어 애널리스트도 줄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자마자 구조조정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는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며 “지점이 통폐합되는 등 물리적 공간 자체가 줄어드는 데 모든 인원을 안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지점이 중복되는 곳은 대형화를 통해 영업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VIP 상담실을 공유하는 등 리모델링을 통해 더욱 쾌적한 자산관리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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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
◆NH농협증권-우리투자증권 합병 보니...미래에셋증권 직원도 위험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간의 인수합병(M&A)은 여러 면에서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인수하는 쪽의 증권사의 규모가 더 작고 합병으로 자산규모 1위 증권사가 바뀐다는 점에서다. 미래에셋증권 측도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선례를 따라 이번 M&A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NH농협증권은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합병하면서 두 회사 모두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우리투자증권 직원 약 3200명 중 412명, NH농협증권 직원 850명 중 196명을 내보냈다. 희망퇴직 한 비율로 보면 우리투자증권(12.8%) 보다 점령군인 NH농협증권(23%)이 두 배 가량 높다.
오너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수하는 쪽인 미래에셋증권 직원들 역시 합병이후의 구조조정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 증권계의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직원 개개인의 맨파워가 뛰어난 대우증권 직원만을 피인수 기업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시키기에는 명분이 부족한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우증권 자체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미래에셋이 M&A이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바보”라며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더라도 원격지 발령, 보직변경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인력의 이탈을 유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 고위 관계자는 합병이후 구조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일(24일) 예정된 금융당국의 발표이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양사 화학적 결합도 ‘난제’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양사가 화학적 결합을 거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미래에셋증권이 떠안은 숙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를 사장을 비롯 수많은 증권사·자산운용사 수장과 리서치센터장을 배출한 대우증권 임직원의 ‘대우맨’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미래에셋증권 측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대우증권 임직원의 자부심은 산업은행 체제하에서도 대우증권 출신이 경영을 맡는 전통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신임 사장 선임을 놓고 파동을 겪었지만 홍성국 사장이 첫 공채출신으로 수장에 오르기도 했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올 초 NH투자증권 출범이후 비교적 빠른 지난 9월 임금 및 인사제도를 일원화하고 노조 통합에 합의했지만 임금피크제와 복지, 학자금 등을 두고 아직까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통합 노조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1970년 세워진 동양증권이 모태로 엄격한 기수중심 문화를 이루고 있는 대우증권과 1999년 설립돼 경력직 위주의 성과중심 문화가 자리 잡은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회장에 대한 로얄티가 매우 강하고 창업공신이 대우받는 조직”이라며 “NH투자증권과 같이 양사 합병 전에 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미리 마치고 합병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와 연금 부문에 강점이 있고 대우증권은 브로커리지와 IB부문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각각 장점이 있는 부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이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