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내에서 내년 20대 총선을 대비한 중진·명망가 등의 수도권 등 ‘험지’ 출마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부산 해운대와 서울 종로를 각각 출마지로 선언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잇따라 김무성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에 일단 ‘당의 뜻을 따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 대표는 전날인 22일 안 전 대법관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한데 이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오 전 시장에게 종로 외 지역 출마를 검토해 달라고 제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당의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당내 주요 인사들이 지도부의 험지 출마 제안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현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과 당내 명망가들에 대한 격전지 출마 요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인사에 대한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뚜렷한 당내 이견은 없는 상황이지만, 이것이 ‘전략공천’인지를 두고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非박근혜)계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당 지도부의 요구에 따른 험지출마가 곧 전략공천이라고 해석하며 합리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친박계 주요인사인 유기준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후보자를 마음대로 잘라내고 거기에 낙하산 방식으로 하는 것을 전략공천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당이 선거에 임하면서 전략을 갖고 후보자를 적재한 곳에 배치해서 당의 총선승리를 이끈다고 하는 것도 전략공천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제 (공천)특위에서 의제가 우선추천지역과 단수추천 관련한 룰도 정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저는 이 둘을 모아보면 전략공천과 다름없다”며 우선추천지역은 당헌당규에도 있다고 강조한 뒤 “결과적으로 언어를 다르게 쓴다고 하더라도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김 대표가 명망가들의 출마지역도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겠다지만 사실상 이는 단수후보 공천과 다를 것이 없다”며 “안정적 과반의석 확보 등 박근혜 정부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전략적인 공천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전략공천”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에 “전략공천은 없다”고 공언한 김 대표 등 비박계의 입장을 무력화시키면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지역에서의 전략공천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험지 출마론 부상을 계기로 현 정부 장관 및 청와대 수석들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적 명성을 얻은 분들, 현 정권에서 장관·수석 경험 얻은 분들은 과감히 호남에서 출마해서 현 정권의 국민 통합을 뒷받침해야 한다”면서 “당선되기 쉬운 고향 등 지역에 가서 정치적 명성을 이용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험지 출마라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현 정권에서 하신 분들과 새로 정치하려는 분들이 과감하게 최악 시뮬레이션에 도전해 주길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 후보는 자기 연고지에서 출마하는 것”이라며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이 단순히 사회 명망가라고 해서 호남에 나가야 한다는 건 논리에 안 맞는다”고 즉각 이음을 냈다.

다만 “서울 같은 중심 대도시는 성격이 다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여둬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 가능성은 열어뒀다.

또한 김 대표는 지금의 행보와 기존의 전략공천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험지 출마 제안 사실을 언급한 뒤 “명망가들 역시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해 공천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며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한 이들에 대한 특혜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비박계인 홍일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단수후보 추천이 전략공천과 다름없다는 지적에 대해 당헌당규상 근거를 두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의 경우 경쟁력이 압도적이라고 판단해 단수후보로 추천키로 규정된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당규 중 공직후보자 심사에 관한 사항을 담은 제3장 제8조 5항에는 ‘단수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이 있다. 추천신청자가 1인이거나 복수의 추천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에는 공천관리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단수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다.

홍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수 후보 결정이 결국 인지도 높은 사람에 대한 전략공천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결국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경선 후의 여론조사 결과와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꼭 이게 전략공천이라고 꼭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한 재선 의원은 “그간 전략공천은 우리 당이 유리한 지역에 계파별 수장의 측근인사를 꽂아넣거나 반대파를 물갈이하기 위한 ‘전략사천’으로 변질됐다”며 “최근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제안은 오히려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에서 당의 의석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의 전략공천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