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국민 편의성 대폭 강화될 것"…의약업계 "개인정보 침해, 보험업계만 이익"

[미디어펜=김민우 기자]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청구를 병원이나 약국에서 보험사로 직접 전송하도록 하는 대행청구 방안을 놓고 의약계와 보험업계의 대립이 팽팽하다.

   
▲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청구를 병원이나 약국에서 보험사로 직접 전송하도록 하는 대행청구 방안을 놓고 의약계와 보험업계의 대립이 여전히 팽팽하다./사진=SBS방송 캡처

24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계는 의료기관 청구대행은 결국 국민들의 개인정보 침해와 민간보험사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금청구가 간소화해 소비자의 편의성이 증진된다며 맞서고 있다.

병원 등이 소비자 대신 보험금 대행청구가 가능해지는 간편청구시스템 구축은 금융당국이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중 하나다.

간편청구시스템이 갖춰지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보험금청구서, 진단서, 영수증, 진료기록사본 등을 보험사로 전산으로 보낼 수 있다.

현재는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병원에서 관련 서류를 받아 보험금청구서를 작성해 보험사에 직접 제출을 하는 등 까다롭고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간편청구시스템 구축에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기관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은 가입자의 재산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한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에 이어 21일에도 "실손의료보험 보건의료기관 청구대행은 국민들의 건강권·재산권의 침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개인정보와 진료정보를 심각히 침해하는 위법적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가령 전산화가 되면 가벼운 질병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와 상담 중에 언급한 과거 병력이 보험사에 전송돼 앞으로 보험가입이 거부되는 등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또 보험회사의 환자 정보 축적이 용이해지고, 환자의 민감한 진료기록이 유출되거나 보험회사가 환자의 병력과 진료행태를 분석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액 보험금 청구를 간편하게 한다는 미끼를 이용해 보건의료비 지출을 절감, 민간보험사의 보험료 지급을 줄이는 것이 그 목적"이라며 이를 추진·지원하는 금융당국도 함께 비판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청구방식이 간편하게 바뀌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편의성 증진을 위해 간편청구시스템 구축에 찬성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고객이 병원에서 받은 종이문서를 전산시스템을 통해 병원에서 바로 받는 것"이라며 "연로하신 분들 경우 복잡한 보험금 청구 절차 때문에 자녀가 나서야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이런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현재 종이진단서를 지급하면 장 당 몇 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라며 "전산처리가 가능해지면 이런 수입은 없어지고 업무량만 늘어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는 의약업계의 주장에 대해 "전산시스템이 구축되면 보험금이 나오는 비급여 항목의 일정부분이 표준화돼 급여로 넘어가면서 민간보험사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비급여항목이 줄어들고 급여부분이 늘면 민간보험사는 줄어든 보험금 누수만큼 보험료를 낮출 수 있어 고객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가령 한방의 경우 침술만 해도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라며 "병원마다 다른 병명으로 전산입력되면 심사처리가 어려운데 이를 위해 당국이나 업권 차원에서 지침을 만들거나 표준화를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해외 의료계에선 이미 정보공유 네트워크 구축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제도가 미비했다"면서 "간편청구시스템이 구축되면 환자들의 불편이 줄고 소액 보험금 청구가 자동으로 이뤄져 편익이 증대돼 좋은 취지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