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여야는 24일 서울시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학비로 편성됐던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 자칫하면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상대방에 책임을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대신 중앙정부는 교육관련 다른 예산을 우회지원한 사실을 강조하며 '약속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노조나 청년지원예산은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한 점을 부각시켜서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 예산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임을 내세우며 중앙정부가 책임질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내년 20대 총선에서 승리하면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부담토록 하겠다고 공언하며 사실상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처럼 누리과정 예산문제가 내년 총선에서 쟁점이 될 조짐을 보이자 여야는 특히 유치원생 자녀를 둔 30대 젊은 유권자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누리당은 이날 서울시의회의 누리과정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조치는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 예산 중 민주노총 지원과 '청년 수당' 관련 예산을 언급하며 "어떤 예산이 아이들을 위한 누리과정보다도 시급했던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 예산) 전액 삭감을 주도한 야당 시의원들과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교육감은 마치 정부에서 공약을 파기하고 갑작스럽게 지방재정에 예산을 떠넘기는 것처럼 여론몰이에 나섰다"며 "뻔뻔스러운 행동에 개탄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김용남 원내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삭감하면서도 박원순 시장의 치적 쌓기용 사업예산은 10원짜리 하나 놓치지 않고 확보해 주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무상보육 대란'의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며 맹공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임에도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 된 사람이라 했는데 대통령 될 때와 되고 나서의 말과 행동이 180도 다른 대통령은 분명 진실한 사람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이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윤관석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이 무정부국가인 것도 아닌데 정부여당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시도교육청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보육대란의 피해는 모두 부모들이 감당해야하며 최악의 경우 어린이집 퇴원까지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공방과 별개로 여야는 물밑에서는 이번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누리당은 당장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보육대란이 일어날 경우 30대 젊은층 유권자이 정부여당을 원망하며 이탈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고, 새정치연합은 중앙정부 책임론을 총선 국면에서 집중적으로 쟁점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가진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치원이 문을 닫아 불편해지면 아무래도 (학부모들이) 야당보다 정부와 여당을 욕하지 않겠느냐"면서 "안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젊은 층은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데 누리과정 이슈는 여당에 악재"라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을 사실상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통화에서 "부모들이 당장 몇십만원의 보육료를 내게 되는 상황이 오면 이는 정말 피부에 와 닿는 문제"라며 "우리 당이 승리하면 중앙정부가 책임지도록 해 국가예산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