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삼성이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풀려면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 보유 합병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지분율 2.6%·24일 종가기준 7275억원어치)를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를 이행하는 데 시한이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점을 들어 처분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27일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 3개 고리는 오히려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순환출자는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구조에선 총수가 적은 지분만 갖고도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개정 공정거래법은 자산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경우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병으로 새로 생기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선 6개월 내에 해소토록 하고 있다.
삼성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7월 시행된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
이번에 법 적용 대상이 된 합병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여서 공정위가 어떻게 판단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정위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으로 이어졌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합병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합병삼성물산'으로 강화된 것으로 봤다.
또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로 이어졌던 순환출자는 '합병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합병삼성물산'으로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바깥에 있어 별개였던 옛 삼성물산(소멸법인)이 제일모직(존손법인)과 합병한 이후 고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순환출자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반면에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진 기존 순환출자는 고리 바깥에 있던 제일모직이 합쳐지면서 '합병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순환출자가 강화됐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 3개를 아예 없애거나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화된 순환출자 해소 시한은 합병삼성물산 출범일인 올해 9월 1일 기준으로 6개월째인 내년 3월 1일이다.
삼성그룹이 기한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해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2월 말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리해야 하는데 시장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면서 "처분 기간이 얼마남지 않아서 해소기간 연기를 공정위에 요청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이 해소기간 연기를 신청하면 검토해 보겠지만, 관련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다고 해도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7개는 삼성화재[000810](1.38%), 삼성전기[009150](2.64%), 삼성SDI(4.77%)가 보유한 합병삼성물산 지분을 팔면 다 끊긴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2조4천240억원 규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7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해도 합병삼성물산에 대한 내부(오너일가) 지분율은 30%를 넘는다"며 "우호주주인 KCC가 합병삼성물산 지분 8.97%를 보유하고 있고 자사주 지분이 11.01%에 달해 지배권 측면에선 안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