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비주류측의 사퇴요구에 대해 “제 거취는 제가 정하며 결단도 저의 몫”이라며 재차 거부 의사를 정면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김한길 의원, 박지원 의원 등 줄곧 사퇴 압박을 해 오던 중진들의 탈당 결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주류측의 탈당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문재인 대표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간의 인재영입 경쟁도 뜨겁게 달아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1호로 영입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혁신을 부르짖는 양측의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장하성 고려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일찌감치 양측의 러브콜 대상에 올랐지만 지난 23일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거나 도움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생각을 안해봤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 놓았다. 경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도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운찬 전 총리가 쉽게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속을 태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괜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영입설에 대해 일축했다. 특히 김종인 전 수석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정책상의 특별한 차이가 아니라 문재인 개인이 싫다고 해서 나간 분들”이라며 “신당을 만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 분명치 않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해 안철수 신당행에 대해서는 에둘러 선을 그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제 거취는 제가 정하며 결단도 저의 몫”이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정면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김한길 의원, 박지원 의원 등 줄곧 사퇴 압박을 해 오던 중진들의 탈당 결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주류측의 탈당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문재인 대표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간의 인재영입 경쟁도 뜨겁게 달아 오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상돈 교수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지겹다는 말과 함께 총선에서는 선거에 나갈 사람이 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에 나가야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명망가들이 합류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해 본인뿐 아니라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거취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대변했다. 이 교수의 지적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든 신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이든 명망있는 인사 영입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을 짐작케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초대 소장을 맡았던 장하성 교수도 당초 예상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 23일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과 관련 “갈등과 대립,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인이 있다면 당연히 학자로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안철수든 김철수든 문철수든 세상을 더 낫게 바꾸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제 뜻과 맞다면 직접적인 도움을 줘야겠죠. 꼭 안철수가 아니라 누구라 할지라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당 합류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당 현실이 목전에 다다른 문재인 대표나 신당 창당 깃발을 올린 안철수 의원의 시계침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인재영입’이라는 제 1난관조차 뚫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은 27일 신당의 비전을 밝혔지만 2년전 내놓았던 ‘새정치 비전’과 새로울 것도 구체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공정 성장’, ‘3040세대 중심’, ‘선별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차별성보다는 중산층과 중도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탈당을 예고했던 권은희 의원이 28일 천청배 신당행을 택함으로서 예고했던 줄탈당 사태가 가시화 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앞서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더 이상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2선 후퇴론 불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표 사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하게 맞서온 김한길 의원이나 박지원의 탈당 수순도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한길 의원측은 이날 “중재안도 어차피 문재인 대표 안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를 문대가 수용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사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함께 할 수 없다는 서로의 입장만을 재확인 했다. 일각에서는 권은희 의원의 탈당에 이어 다음 주쯤에는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최재천 의원이 탈당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한길 의원측은 애초 집단 탈당보다는 순차적 탈당으로 문재인 대표를 압박할 카드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도 28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 불가’에 대해 “루비콘 강가에 와 있다”는 말로 탈당 결심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호남을 숙주로, 광주를 홈베이스로 신당 창당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모든 것은 문재인 대표 한 분만 결정할 수 있는 것인데 아직 문 대표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문 대표의 결단이 있을 때 함께할 수 있다”고 재차 사퇴를 압박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어 “신당 만들고 있는 분들을 이미 몇 분 만났고 오늘도 만난다”며 “전국적으로 통합해서 함께 정권교체의 길로 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해 탈당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