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새로운 도전’과 ‘창조적 파괴’를 강조하며 야권 재편의 핵으로 떠오른 김한길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한길 의원의 시나리오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안철수 신당을 주축으로 분열되어 있는 천정배 신당, 박준영·박주선 신당 등을 통합해 범야권 신당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통합이란 거시적 시나리오로 문재인 대표의 즉답을 기다리며 탈당을 고민해 왔지만 문 대표가 사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만큼 더 이상 ‘더민주당’에 머무를 당위성이 사라졌다.
김한길 의원측은 29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 통합의 필요성 때문”이었다며 전날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 사퇴에 대해 왈가왈부를 엄중경고한 데 대해 타협과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자인하고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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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박지원 의원에 이어 동교동계도 문재인 대표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혁신’을 내걸고 신당 창당의 깃발을 올렸지만 인재영입에서 지지부진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은 김한길 의원의 탈당과 입당을 기점으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태세다. 김한길 의원의 정치 플랜은 안철수 신당을 구심점으로 한 야권 통합이다. 여기에는 천정배 신당과 박준영·박주선 신당을 포함한 범야권 세력을 아우른다.
박지원 의원 역시 탈당 심경을 굳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철수·김한길·박지원의 연합체가 힘을 받고 있다. 문재인 체제의 더민주당은 탈당정국에 친노와 86그룹으로 똘똘 뭉치면서 원외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고문 등과도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동교동계는 박지원 의원과 함께 동반 탈당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총선을 전후해 안철수 신당을 중심으로 한 ‘반 문재인 연대’로 헤쳐 모여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이후 28일 탈당한 최재천·권은희 의원을 포함하면 현재 더민주당을 떠난 현역 의원은 모두 9명이다. 여기에 광주의 장혜자·장병완 의원, 전남의 주승용 의원의 탈탕이 임박했고 다음 달 김한길·박지원 의원이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중도 관망파인 박영선·이종걸·민병두·노웅래·최원식·김관영·변재일의원까지 가세하면 김한길 의원의 플랜인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김한길 의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립의 양당정치 체제를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론을 펼쳐왔다. 결국 문재인 대표와의 결별은 탈당을 떠나 분당 그 이후를 넘어서 야권 재편은 물론 양당 체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당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야권 재편의 서막이 올랐지만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86그룹 현실 인식은 제자리다. 탈당은 선언한 최재천 의원은 기득권 포기의 솔선수범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신당행이 유력한 최재천 의원은 신당에 부담을 주는 것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더민주당내에서는 아직까지 ‘인적쇄신’을 부르짖으면서도 신인이든 중진이든 누구하나 기득권 내려놓기에 나선 사람들이 없다. 이 또한 기존의 주류의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하나의 반증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다. 당내에서는 이해찬 의원의 결단과 86그룹의 험지출마를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우산속을 고집하고 있다.
더민주당 주류측는 김한길 의원을 향해 2007년의 야권분열을 재연하려 한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동시에 총선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정치생명을 걸린 탈당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류와 86그룹으로 뭉쳐진 더민주당의 아집은 김한길·박지원 의원과 동교동계의 탈당 이후에야 제 정신을 차릴 것이란 일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