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문형표(59) 전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문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강력한 조직개편을 시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31일 오후 4시 전북 전주시 본사에서 문 이사장의 취임식을 진행했다.
문 이사장은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대선공약 후퇴 논란 와중에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2013년 12월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지난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진 뒤 초동 대응 부실 등을 이유로 지난 8월 4일 전격 경질됐다.
문 이사장은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복지부와 충돌했다가 지난 10월 사임한 최광 전 이사장의 후임이다.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경영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문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기금운용의 전문성, 중립성 및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조직 개편과 인적 자원의 전략적 배치,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로 선진화된 투자와 운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기금운용공사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이사장은 장관 시절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수익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는 "우리가 거인이 된 기금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는지, 아직도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문 이사장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 주장을 인식한듯 "22세기까지 내다보면서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2060년 고갈될 전망인데, 기금 운용을 이후인 22세기까지 염두에 두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현세대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면 결국 그 짐은 후세대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실한 국민연금을 물려주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장관 시절 야당을 겨냥해 "후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은 도적질"이라고 비판하며 "(현재 9.0%인) 보험료율을 12~13%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해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