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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반기문의 '위안부 합의' 발언, 안철수의 ‘뭘 모르는’ 생각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현 한국정치의 뜨거운 감자인 안철수 의원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양국이 24년간 어려운 현안으로 되어 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기문 총장은 “한일간 어려운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탈당 및 신당창당을 선언한 이후 여의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이번 위안부 협상 합의에 대해 “양국 정부가 이번 합의에 대해 ‘최종적·불가역적인 것’이라고 규정한 것은 역사에 대한 오만이며 월권”이라면서 “역사적 상처는 정치적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치유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은 “합의라는 단어는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 양국 국민이 모두 그만하면 됐다고 동의할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의 말은 일견 맞는 것으로 들리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외교의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안철수의 생각은 ‘뭘 모르는’ 생각인 셈이다. 안철수를 비롯해 문재인이나 표창원, 정대협 및 일부 국민들이 일본에 바라는 사과 수준은 외교에서의 협상이 아니다. 전쟁 승전국에 월등한 국력과 외교력을 갖추고 상대국으로부터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받기만 하는 격이다.
외교는 안철수식 감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정에의 호소는 리얼리즘의 세계에 통하지 않는다. 개인의 원통함과 국가 대 국가의 외교는 다르다. 사과를 받아야지 무슨 합의냐 하는 식으로 비판의 극을 달리면 차라리 일본과 단교하고 전쟁을 하자는 주장을 하라. 김대중 대통령이 ‘위안부 배상 문제를 다시는 논의하지 않겠다’며 일본에게 약조를 했던 사실을 안철수 의원이 알고서도 위안부 할머님들에 대한 감성팔이 발언을 일삼은 것이라면, 정치인 다 됐다고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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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평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
반면 안철수와 달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던 것은 지극히 외교적인 수사다. 반기문 총장의 (합의에 대한) 긍정적 발언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시선을 대변한다. 반기문 총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유엔 헌장과 그 정신에 맞추어 본인의 의사를 피력했을 뿐이다.
반기문 총장은 지금껏 인권과 인도주의를 위한 국제적 관여, 평화를 위한 노력, 정치적 대화를 통한 지역분쟁의 해결을 강조해 왔다. 이번 위안부 합의에 대한 긍정적 발언도 이러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 이상의 의미 부여는 무의미하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일본 아베 정부에게 ‘불가역적’이란 용어를 명시함으로써 한국이 일본의 사과 및 위안부 합의에 대해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은, 한국 외교 차원에서 하나의 대일 카드를 잃어버렸음을 의미하긴 한다. 하지만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는 비생산적인 증오심과 근거 없는 연민, 건강하지 않은 반일 국민정서 헤게모니가 사실상 해체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녀 시절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만리타향 전쟁터에서 일본 군인들의 성적 욕망을 충족해야 했던 위안부 할머님들의 상처는 전대협 및 야당, 반일 정서로 치닫는 일부 국민들의 분노로 치유되지 않는다. 안철수의 말마따나 하나의 정치적 선언으로 치유되는 차원의 문제도 아니다. 아베가 위안부 할머님들 앞에서 머리를 찧고 고개를 조아린다 한들 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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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의원은 이번 위안부 협상 합의에 대해 “양국 정부가 이번 합의에 대해 ‘최종적·불가역적인 것’이라고 규정한 것은 역사에 대한 오만이며 월권”이라고 비판했다./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상처가 깊은 위안부 할머님들을 일종의 ‘인질’로 잡고서 일개 시민단체 정대협과 일부 정치화된 할머니들이 정부의 대일외교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모순된 현실을 바꾸었다는 데 있다.
이제는 일본 아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낸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성과에 안도해야 할 때다. 이제야말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그동안 가져온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국민들이 드러낼 시점이다. 분노의 화살을 거두고 할머님들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면 된다. 국제사회에서 어느 특정국가를 향한 분노, 그로 인한 단절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의미한 분노는 가라앉히고 따뜻한 마음과 결의를 다져야 할 때다. 단순한 반일 감정은 누그러뜨리고 용일, 극일이라는 긍정적인 정서가 필요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