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탈당 이후 처음으로 예방했다. 공식적으론 새해 인사 차원의 방문이지만 ‘안철수 신당’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소위 ‘탈당파’인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임내현 황주홍 의원과 함께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로 이 여사를 방문했다.

안 의원은 이날 이 여사와 25분간 만났으며, 이 가운데 약 20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지난 1일 이 여사를 예방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여사와 비공개 없이 8분간 대화를 나눈 뒤 물러난 바 있다.

안 의원은 세배 이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넨 뒤 최근 왼손 골절상을 입은 이 여사에게 “좀 나아지셨느냐”고 건강 상태를 물었다. 이에 이 여사는 ”넘어지면서 의자를 붙잡은 게…지금은 괜찮다“고 답했고 안 의원과 참석자들은 쾌유를 빌었다.

이어 안 의원은 “저희가 새로 시작하게 됐다. 새로 만드는 정당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그리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꼭 이루겠다. 열심히 만들겠다”고 소개했다.

이 여사가 “좀 새 소식을 일구기 위해서 수고하는 것 같았다”고 답하자 안 의원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보겠다”고 했고, 이 여사는 다시 “잘 하시겠죠”라고 격려했다.

안 의원은 “여기 있는 의원들도 같이 힘을 합쳐서 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고, 임내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유업과 정신을 받들어서 호남 정치인으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김동철 의원은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내년 대선에서 다시 민주정부 이루는 걸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첨언했고, 유성엽 의원은 “여사님께서 잘 이끌어주시면 제1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꼭좀 이끌어 달라”고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병호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서 정권을 창출했다”며 “신당도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받들어서 반드시 총선승리하고 대선승리해서 다시 한번 여사님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이 여사와 안 의원의 독대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양측은 20여분간 비공개로 독대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여사가) 새해 덕담을 해주셨다”며 “그리고 신당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꼭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고 전했다.

또한 “저희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그 두 축을 가장 중심에 두고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탈당에 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안 의원은 설명했다.

이날 이 여사와 안 의원의 회동은 지난 1일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이 여사를 예방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당시 이 여사는 “올 한해 원하시는 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짧은 덕담 외엔 문 대표의 말에 중간중간 “네”라는 대답만 했으며 비공개 대화도 없었다.

한편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 탈당 직후 1박 2일 일정으로 전주와 광주를 잇따라 방문하는가하면 동교동계 인사들의 영입을 추진하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2일 권 고문과 만나 “탈당 후 신당에 힘을 실어달라”, “손학규 전 고문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고, 권 고문은 “잘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측 합류가 점쳐지는 김한길 의원 역시 탈당 후 다음날인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등 안 의원과 김 의원의 호남 민심 공략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